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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이상 유 (異狀 有)

 군대에서 잘 쓰는 말 중에 이상(異狀) 무(無)라는 말이 있다. 보고하거나 점호를 끝내면서 “이상 무”라고 외친다. 처음에는 보고할 것이 더 이상 없다는 뜻으로 알았다. 말 그대로 以上(이상)이었다. 선생님의 조례가 끝나면 항상 듣던 말이 아니던가!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도록. 이상”
 
그러나 “이상 무”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평소와 다른 것이 없다, 즉 “별 볼 일 없다”란 말이다. 조직 사회에서 사람들은 안전감을 느끼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평소와 다름이 없다” 위험이 없고, 편안한 생활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생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 우리는 이런 꽃길(사전은 이 말의 뜻을 아름답고 화려한 길이 아니라 순탄하고 순조로운 길의 비유라고 적고 있다)을 마다하게 되는데, 이는 꽃길이 바른길 혹은 좁은 길을 만나는 때이다.
 
17세기 스코틀랜드에서도 이런 좁은 길이 나타났다. 당시 예배의 개혁을 원했던 스코틀랜드 교회에 국가가 정한 예배 형식을 강요한 일이 있었다. 1637년 7월 23일, 에든버러의 세인트 자일스 예배당에서 처음으로 이 형식에 따라 예배가 시작되자, 당시 노점상을 하던 제니 게데스 할머니가 의자를 사제에게 던지며 외쳤다. “거짓말하는 도둑놈” 그러자 다른 이들도 의자, 지팡이 심지어 성경책을 던졌다. 경건한 청교도들이 예배 시간에 말이다!  
 


순탄한 길이 아니라 시민 혁명이라는 좁은 길, 고된 길로 들어서는 시작이었다. 현대의 눈으로 당시 영국 교회를 모두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경이 말하는 “왕 같은 제사장”들은 성도인 자신이며 그 나라는 세상의 왕이 결정할 수 없다고 성도가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사는 사람들을 성도라고 부른다. 어찌 “이상 무”가 쉽겠는가. 더구나 세속을 미워하지만, 이웃으로 세상을 사랑해야 하는 이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많은 경우 교회는 세상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성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눈에 있는 들보부터 개혁해야만 한다. 꽃길이라는 익숙한 이름 아래 “이상 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꽃길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했다면서 더 좋은 꽃길을 찾아 나서려고 해서도 안 된다. 뉴노멀로 또 들어서지 말고 좁은 길을 만나야 한다. 예배이건 열심이건 선교이건 말씀이 아니라 사람의 관행에 익숙해진 꽃길은 바른길이 아니다.  
 
이상이 있다고 말해달라! 그리스도의 몸이여, 교회답지 못한 모든 것에 저항하고 사랑으로 진리를 외쳐달라!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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