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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덫" 공익광고 밑엔, 10대들 열광한 '코카인 댄스' 떴다

지난해 말부터 10대들에게 '코카인 댄스'가 유행했다. 발단은 아프리카TV 'BJ하루'가 지난해 12월 독일 음악인 '코카인 2021(Kokain 2021)'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린 뒤, 인터넷상에서 관련 '밈(Meme :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퍼지는 패러디물)'이 퍼지면서다.

쿠팡 플레이가 유튜브에 올린 배우 허성태의 코카인 댄스 영상. 유튜브 캡처
[10대 마약공화국⑤] 마약 권하는 나라…코카인 댄스 유행인데, 코카인 교육은 없다

올해 1~2월 국내 OTT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오락 프로그램 'SNL코리아'에 영화배우 허성태와 여성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섭외해 코카인 댄스를 추게 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대중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됐다. 허씨는 지난해 6월엔 '마약베개'의 광고 영상에 주연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공개한 마약 예방 공익광고에도 모델로 참여했다. 그는 이 광고에서 "단 한 번의 호기심도 허락하지 마세요. 그건 마약이라는 덫입니다"라고 말한다. 바로 아래 연관 검색을 통해 허씨가 코카인 댄스를 추면서 막걸리를 광고하는 영상이 따라붙는다.

배경 음악인 독일 원곡은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코카인"이라며 "코카인, 코-코카인"이란 가사를 주문처럼 되풀이한다. 코카인은 강력한 중추신경자극제로 과다량을 흡입하면 호흡 곤란과 발열, 경련 등으로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마약이다. 그런데 수많은 방송인이 '코카인 댄스'로 10대들에 "그게 얼마나 좋길래?"라는 호기심을 유발하고 마약을 권하고 있는 셈이다.

곳곳이 '마약' 간판, 언어 인플레…특허청 상표 거부해도 상호 못 막아

코카인 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선 마약이 '중독될만큼 맛있는'이라는 의미의 수식어로 각종 상호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지도 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창에 '마약' 두 글자를 적어 넣으면 마약떡볶이·마약김밥·마약만두·마약곱창 등 수십 가지 마약 상호가 검색된다.

지난달 23일 수도권의 한 정육점이 '마약소스를 증정한다'는 입간판을 걸었다. 정용환 기자
이처럼 '마약' 남용 지적이 계속되자 특허청은 2018년 9월부터 관련 상표 등록을 거절하고 있다. 마약(코카인·헤로인·대마초 등 세부명 포함)을 상표법 34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용어'로 간주해서다. 하지만 허가를 필요로 하는 상표와 달리 사업자 등록만으로 손쉽게 신청할 수 있는 상호의 경우 특허청의 이런 규제가 미치지 못한다.

유지선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사무관은 "2019년 특허법원이 '마약베개' 상표 등록을 허용하라고 판결한 뒤에도, 식품에 대해서만큼은 마약이 결합된 상표등록을 거절하고 있다"며 "상표와 달리 상호는 상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청이 등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언어 노출 탓에 마약류에 대한 청소년들의 경계심이 완화했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는 "마약이라는 단어 남용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마약을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과장어법' '언어남용법' 등 전통적 언어학 이론에 부합하는 사례"라며 "마약이라는 단어의 인플레이션이 커진다고도 설명할 수 있는데, 마약의 어휘성이 넓어지면서 동시에 경계심이 낮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마약 노출 심각한데…정부 부처는 교육 책임 떠넘기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 중 2.8%(450명)가 19세 이하 청소년에 달할 만큼, 실질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완연하게 침투한 현실에서 관련된 마약 예방 교육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 내 마약류 수사 전문가로, 지난달 24일 열린 '제36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근정포장을 수상한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학교에서 이미 활성화된 흡연이나 음주 교육과 달리 마약교육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청소년들이 마약에 심각하게 노출돼있는데도 여태 정부 어느 부처도 마약 교육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정부 소관 부처에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청소년 교육을 했냐고 물었더니 "재단법인인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예산을 줘서 교육하도록 지원하고 있다"(식약처)라거나 "중독성 물질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 흡연과 음주 등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데 마약류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교육부) 등 소극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우리가 '청소년 보호 종합대책'을 세워서 관리하고는 있으나, 마약 주무부처는 식약처"(여가부)라든지 "우리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사업 정도만 하고, 법에 따라서 식약처가 담당한다"(보건복지부)고 책임을 떠넘기는 답변도 나왔다.

민간에 마약 예방 맡긴 정부…"정책 입안자 너무 무관심"
김대규 경정이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24일 열린 '제36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식'에서 근정포장을 수상한 뒤 표창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부의 빈자리는 대신 민간이 채우고 있다. 약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재단법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대표적이다.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식약처의 예산지원을 받아 마약류 예방 홍보물과 교육자료를 만들고, 약사·의사·경찰관·검찰 공무원·상담사 등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예방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김대규 대장도 강사 중 한 명이다. 업무 시간을 쪼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보호관찰소 등에서 강의를 나간다. 김 대장은 "지금까지 학교 중독 교육은 흡연과 음주에 초점을 맞춰 마약류 예방 교육은 소홀했다"며 "학교 교재도 오래돼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는 신종 마약류는 전혀 따라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자기 주변에서 경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약 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서 잘못된 지식 쌓는 현실…마약 뭔지 제대로 알려줘야"
김대규 경정이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24일 열린 '제36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식'에서 근정포장을 수상한 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 대장은 우리 사회의 뒤처진 교육 시스템과 마약류 정보 접근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청소년 마약 문제를 키운다고 설명한다. 그는 "전문가가 교육을 지원한다고 나서면 일부 학교에선 '애들한테 마약을 교육하면 몰랐던 마약 세계를 알려주는 꼴 아니냐'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며 "지금 아이들은 전 세계 유튜브나 SNS를 통해 마약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언제든 끊을 수 있다' '부작용이 별로 없다'는 등 잘못된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학생들에게 '마약이 뭐냐'고 물으면 주사기로 주입하거나 코로 들이마시는 거라고만 대답하는데, 할아버지·할머니가 드시는 수면제나 엄마가 드시는 다이어트 약, 동생이 먹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이 전부 마약류라고 알려주면 깜짝 놀란다"며 "정부가 애들한테 마약류 교육을 안 하니 정작 애들이 이게 마약인 줄도 모르면서 다이어트 약, 공부 잘하는 약 등을 찾아 먹거나 사고팔면서 자기도 모르게 마약사범이 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마약' 마캐팅 금지 운동, 약물 예방 교육 나섰다

도내에서 잇따라 펜타닐·디에타민 불법 유통 등 청소년 마약 사건이 터지자 그동안 손 놓고 있던 경남교육청이 움직였다. 교육청이 발 벗고 나서서 학부형들을 '청소년 약물교육서포터즈'로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전국 최초로 만들고, 인제대학교에서 총 30시간 위탁 교육을 받게 한 뒤 교육감 명의 수료증을 줘 학교 현장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가 새로 개발한 마약류 교육자료 중 '초등 약물오남용 활동 PPT' 의 한 페이지. 교육부 제공

학부모들이 나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약' 검색 금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달 '멈춰 마약 마케팅 학부모 모임'은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회와 함께 11번가, 쿠팡, 지마켓 등에 "마약을 검색 금지어로 설정해달라"는 서한을 발송해 만든 결과다. 최근엔 네이버 쇼핑에서도 마약이 검색 금지어로 등록됐다.

교육부도 지난달 마약퇴치운본부와 협력해 초·중·고교 학생용 교육자료, 교사용 지도서, 동영상 자료, 가정통신문, 카드뉴스 등 21종의 마약류 교육용 교재 개발을 마치고 이를 각급 학교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오는 2학기부터는 공교육 차원의 마약류 예방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10대 마약공화국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해외직구로 마약을 밀수하고 메신저 채팅앱으로 판매하는 세상입니다. 한때 마약청정국에서 시나브로 10대들의 마약공화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중앙일보가 대검찰청ㆍ국가수사본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가와 단속은 물론 치료ㆍ재활ㆍ교육예방 전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인 6월 26일부터 중앙일보 10대 마약공화국(www.joongang.co.kr/series/11575)을 만나보시죠.



정용환.김민중(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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