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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안면부지'의 아는 사이

코와 입은 완전히 가린 채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두 눈뿐이었다. 안면부지(顔面不知)의 마스크 생활도 어언 2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5월에야 마스크 착용 기준이 완화됐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마주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있음을 예상해 본다.
 
안(顔), 면(面) 모두 다소의 쓰임 차이는 있지만 얼굴을 뜻하는 한자다. 안(顔)은 ‘?(선비 언)’과 ‘頁(머리 혈)’이 결합한 모습으로, 중국 후한 시대 허신이 쓴 ‘설문해자’에는 눈썹과 눈의 사이라고 적고 있다. 애초에는 미간 부분을 지칭했던 것이 이후 얼굴 전체를 뜻하게 된 것이다.
 
면(面)은 얼굴의 윤곽과 눈 하나를 본뜬 글자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얼굴을 뜻한다. 다른 신체와는 달리 겉으로 드러나기에 사물의 표면(表面), 방면(方面) 등으로 의미가 파생됐다.
 
안면(顔面)은 곧, 사람 머리의 눈, 코, 입 등이 있는 앞쪽 면을 의미한다. ‘안면이 있다’는 말은 한두 번 만나거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 눈, 코, 입의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이라는 뜻이며, ‘면식(面識)’도 비슷한 의미로 상대방의 다른 정보는 알지 못하더라도 오고 가며 얼굴은 아는 정도의 관계를 말한다.
 
몇 번 얼굴을 마주하면서 예전부터 알고 있는 관계인 구면(舊面)이 되고 지인(知人), 친구 등으로 칭해질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일본어로 아는 사람을 뜻하는 말 중 ‘가오미시리(顔見知り)’ ‘가오나지미(顔馴染み)’라는 표현이 있는데, 얼굴을 마주한 횟수로 내심 어느 정도의 아는 사람인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반대로 ‘안면부지(顔面不知)’는 얼굴을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초면이라 낯선 사람을 일컬을 때 쓰인다. 얼굴을 안다는 것은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분별하는 기준이며, 관계 형성에 있어 초보적인 단계이기도 한 것이다.
 
그동안의 마스크 생활로 인해 눈, 코, 입의 다 갖춰진 상대의 얼굴이 익숙하지 않아 마스크를 벗은 낯선 얼굴에 흠칫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주 만나며 일상을 공유하는 ‘아는 사이’이지만 얼굴은 낯선, 웃지 못할 관계를 만들어 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계속 착용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오히려 익숙해져 버린 마스크 문화가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마스크로 안면의 대부분을 덮은 세상 속에서 ‘대인 관계의 시작=안면 트기’라는 공식이 재정립되끼까지는 변화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최승은·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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