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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피란 우크라 소녀 "함께 한글배우던 친구들 살아있을까요"

한국행 꿈꾸던 하르키우 출신 리디아…한국어 과목 채택한 김나지움 입학 주독 한국문화원, 우크라 피란 청소년 27명 '한국 배우기 학급여행'에 초대

독일 피란 우크라 소녀 "함께 한글배우던 친구들 살아있을까요"
한국행 꿈꾸던 하르키우 출신 리디아…한국어 과목 채택한 김나지움 입학
주독 한국문화원, 우크라 피란 청소년 27명 '한국 배우기 학급여행'에 초대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한글을 배웠는데, 지금은 살아있는지조차 모릅니다."


최근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포격이 가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독일로 피란 온 리디아(16)는 29일(현지시간) 고향에 남아있을 친구들과 친지들 걱정에 눈물을 글썽였다.
리디아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는 한류가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었고, 친구들은 너도나도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려고 했다"면서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일부는 피란을 왔고, 일부는 하르키우의 방공호에 남아 서로 생사 확인도 안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꽃보다남자'를 보고 한국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8살 때부터 한국 가보는 게 꿈이었다"는 리디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집주변에 포격이 잇따라 피란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리디아의 고향 하르키우는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50km 떨어진 동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여서 개전 초반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러시아 손에 넘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우크라이나군이 3월 말과 5월 두 차례 반격으로 수복했다.
공방전이 잇따르면서 건물 2천채 이상이 파괴되고, 민간인 900명 이상이 사망한 하르키우는 이미 사실상 폐허가 됐지만, 최근 2주간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포격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와 기차를 타고 폴란드를 거쳐 독일에 도착한 리디아는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1시간여 떨어진 노이슈트렐리츠시에 정착, 3월부터 인문계 중·고등학교인 카롤리눔 김나지움에 다니고 있다.
그는 "발 디딜 틈 없는 기차를 타고 피란길에 올랐는데 기차에서 내리면 기차가 언제 떠날지 모르고, 기차 안에 머물면 언제 포격대상이 될지 몰라 너무 두려웠다"면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포격을 당하지 않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카롤리눔 김나지움에는 리디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서 피란한 13∼16세 학생 27명이 다른 1천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하반기 독일 김나지움 중에는 처음으로 한국어를 의무선택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다.
주독일한국문화원은 이날 카롤리눔 김나지움의 우크라이나 피란민 학생 27명을 초청, 한국어와 K팝댄스를 배우고 작은 음악회를 통해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한국으로의 학급여행'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서 학생들은 카롤리눔 김나지움에서 한국어 수업을 맡아온 고영인 교사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인사말을 배웠다. 이어 가야금 연주와 테너 이주혁이 노래하는 마중, 내 영혼 바람 되어 등 한국 가곡과 체르보누 루투 등 우크라이나 가곡으로 구성된 작은 음악회를 즐겼다.
학생들은 BTS 버터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K팝댄스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뒤 잡채와 김치전, 치킨, 만두 등 한식으로 식사를 했다.
마틴 노이트만 카롤리눔 김나지움 교감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학생들로 학급을 구성해 독일어와 영어 수업을 집중적으로 하되 학생들이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참가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일부 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봉기 주독일한국문화원장은 "이번 행사가 고국을 떠나온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우리 문화예술을 통해 전쟁의 아픈 기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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