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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권반환 25주년…'일국양제' 약속 계속 유효할까

5년만에 홍콩 찾을 시진핑 '홍콩은 중국 땅' 강조할 듯

홍콩 주권반환 25주년…'일국양제' 약속 계속 유효할까
5년만에 홍콩 찾을 시진핑 '홍콩은 중국 땅' 강조할 듯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다음 달 1일이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중국의 품에 다시 안긴 지 25주년이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홍콩에 대해 50년간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일국양제의 보장 여부에 따라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의 지위를 이어갈지 아니면 중국의 작은 도시로 전락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 시진핑 "일국양제 변하지 않을 것" vs. 서방 "일국양제 무너져"
영국과 중국은 1984년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통해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와 함께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베이징을 찾은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에게 일국양제는 지난 25년간 성공적으로 이행됐다고 자평하며 "이 원칙을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이행한다는 중앙정부의 결심은 흔들린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사회와 서방은 일국양제가 이미 무너졌다고 본다. '고도의 자치'가 훼손되고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전히 금융, 회계, 법률, 교육, 세금, 교도행정 등의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는 구분되지만 해당 분야에서도 점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정적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나름의 세력을 키워온 민주 진영과 시민 사회가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궤멸하고 중국에 대해 비판을 해온 언론매체들이 잇달아 당국의 압박에 문을 닫으면서 홍콩은 더 이상 예전의 홍콩이 아니다.
여기에 중국은 올해 들어 홍콩에 대한 '전면 통치권'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30일 "전문가들은 (서구가 주장하는) 홍콩 민주주의의 침식과 암울한 미래를 일컫는 소위 '일국양제의 배신'을 악의적인 과대광고로 여긴다"면서 "이는 서구 세력이 홍콩 시스템을 훼손하고, 도시가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막지 못한 후에야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 중국,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 장악 박차
홍콩이 이처럼 급변한 것은 2019년 반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다.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해 시작한 시위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장되고 이에 최대 200만명이 동참하자 중국 정부는 화들짝 놀라 홍콩 손보기에 들어갔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지난해에는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해 '애국자'만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게 하며 반대파는 줄줄이 잡아들였다.
사람들은 입을 닫기 시작했고, 체포 우려에 많은 정치인과 사회 활동가들이 영국 등지로 도피했다.
'공안정국'이 시작됐다는 지적 속에서 2019년 보안장관으로서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존 리가 다음 달 1일 제6대 행정장관으로 취임하면서 홍콩이 '경찰국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신들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과 별도로 홍콩 정부에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홍콩국가보안법을 보완하는 별도의 국가보안법을 홍콩이 제정해 자신들이 만든 법에 담기지 않은 다른 죄목을 담아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20여년 음지에 머물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과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도 대표적으로 달라진 풍경이다. 이들은 홍콩 행정부에 주택 문제 해결 등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푸퉁화(만다린·중국 표준어) 교육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제도시 홍콩에서 영어가 밀려나고 푸퉁화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인들은 광둥화(캔토니즈)를 구사한다. 표기법도 중국의 간체자(簡體字)가 아닌 번체자(繁體字)다. 방송에서 푸퉁화가 나오거나 상점의 간판이 간체자로 돼 있으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2년 넘게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등에 질려 외국 금융 인재들이 속속 떠나는 대신 중국 본토 출신들이 점점 더 많이 이주하면서 향후 거리 간판들도 영어 대신 푸퉁화로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홍콩, 중국 의존도 갈수록 커져…"선전의 일부분으로 흡수될 수도"
지난 2월 홍콩에서는 채소와 돼지 생고기 대란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선전과 홍콩을 잇는 관문이 닫히면서 선전에서 매일 들어와야 하는 식료품이 며칠간 안 들어온 탓이다.
국제도시 홍콩은 원래 연중 내내 다양하고 풍부한 식료품 선택지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채소 대란은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홍콩의 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996년 1조4천억 달러 규모였던 홍콩과 중국의 교역량은 지난해 홍콩 전체 교역량의 절반을 넘는 5조3천800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홍콩은 이제 식료품과 수돗물을 비롯해 생활의 절대적인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Great Bay Area)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선전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통해 홍콩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홍콩이 선전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홍콩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선전 등 중국 쪽 발전에 홍콩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어가 통용되고 중국 본토와 다른 사회·경제·문화 체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홍콩의 앞날이 어둡다고 관측한다.
홍콩국가보안법으로 1997년 주권 반환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이 홍콩을 빠져나가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홍콩이 중국의 소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시진핑 주권 반환 기념식서 '홍콩은 중국 땅' 강조할 듯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에 참석하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본토 밖을 벗어나는 것인데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홍콩 땅을 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사이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았고, 유럽 등 다른 서방국가의 중국에 대한 비판 역시 강해지고 있다. 서방은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을 규탄하고 있고, 중국은 서방이 내정간섭을 한다고 맞선다.
시 주석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찾는 홍콩에서 이곳이 중국의 땅임을 강조하고,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후 홍콩이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30일 오후 고속철을 이용해 홍콩에 도착해 홍콩과학공원을 방문한 뒤 중국 선전으로 돌아가 숙박하고, 다음 날 다시 고속철을 타고 와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관측하고 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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