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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발표 尹 “보고 못받아”…5시간여뒤 참모 “보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 방침에 대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용산 청사 출근길에 ‘어제 발표된 주 52시간제 개편을 두고 노동계에서 반발한다’는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글쎄,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전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게다가 이 장관의 브리핑 일정은 지난 17일 언론에 공지됐고, 전날 발표 직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까닭에 윤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부처 장관이 보도자료에 엠바고 시간(23일 오전 11시)까지 정해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을 대통령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당 회의 후 ‘고용부 발표 전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보고를 받은 것은 있다”고 답하면서 당·정이 윤 대통령만 '패싱'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잠시 돌기도 했다. 일부에선 윤 대통령이 여름 임금 협상을 앞두고 노동계의 반응을 감안해 이런 반응을 내놓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후 2시 30분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 발언 취지는 장관이 발표한 게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확정된 안이 아니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Q : 대통령은 ‘보고를 못 받았다’고 했는데.
A : “아침 신문을 보고 그게 정부의 최종 결정이 이뤄진 거로 생각해서 ‘그런 보고는 못 받았다’고 하신 거다. 어제 발표에 대한 보고는 당연히 있었다.”


Q : 대통령이 착각했다는 건가.
A : “착각했다기보다는, 신문 1면에 일제히 보도가 되니까 ‘이것이 최종안인가 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참모에게 물었던 상황이었다.”

전날 발표가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건 다 아는데.
A : “(웃으며) 네. 같은 얘기를 지금 반복하고 있는 거다.”

이 관계자는 “하투(여름 임금협상)를 앞두고 (노동자들)눈치 본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앞으로 국정과제에 포함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고용부도 진화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정식 장관이 얘기한 것은 노동개혁 추진 방향과 개혁의 주요 포인트”라며 “정부의 최종안은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연구회를 꾸려 4개월간 의견수렴과 정책 대안 마련 작업 등을 거쳐 확정한다”고 설명했다.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설명에 보폭을 맞춘 듯한 뉘앙스였다.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용노동부를 싸잡아 강하게 비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주 52시간제 개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국민 불안만 가중한 고용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영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따로, 장관 따로’ 노동정책, 이거야말로 국기 문란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 장관이 공식발표를 했는데, 하루 만에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가세했다.

야당이 언급한 ‘국기 문란’은 윤 대통령이 전날 출근길에서 경찰의 지난 21일 치안감 인사 번복을 표현한 말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가 검토해서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유출되고, 언론에다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다는 것은 중대한 국기 문란이 아니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어이없는 과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찰 인사 번복 논란에 이어 대통령실과 부처 간 혼선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 인사 문제와 고용부 발표는 너무 다른 내용이기에 이를 한데 묶어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부처와 대통령실 간에 조율을 잘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기에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25전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이 연일 정치권의 이슈거리가 되면서 여권에서조차 “조마조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는 파격 소통으로 호평을 받아왔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다소 직설적인 어휘가 야당 공세의 빌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숙지 노력이나 설명 준비가 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비판이 한창이던 지난 8일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 데 이어 다음 날엔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검찰 출신을 더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나’라는 질문에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답했다. 부인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제가 대통령은 처음이라.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라”고 밝힌 것도 도마에 올랐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7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두고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 거기에서 반드시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출근길 기자와의 만남, 즉 '도어 스테핑'은 여론조사에서도 양날의 칼이 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21~23일 만18세 이상 1000명 대상)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7%(부정평가 38%)로 갤럽 기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 이유는 소통(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제·민생(6%), 결단력·추진력·뚝심(5%), 전 정권 극복(5%) 순이었다. 반면 부정 평가는 인사(13%)가 가장 높았고,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1%), 경험과 자질 부족·무능함(8%), 독단적·일방적(8%) 등이 언급됐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소통 노력 자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꽤 이끌어내고 있지만, 정작 소통의 내용은 후한 점수를 따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일훈.오욱진(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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