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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유전자

유명한 조크가 있습니다. 비평가 버나드 쇼와 육체파 미인인 메릴린 먼로가 파티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메릴린 먼로가 쇼에게 가서 “우리가 결혼하면 당신 같은 머리가 좋고 나처럼 아름다운 자손이 나올 것 아니에요. 그러니 우리가 결혼한다면 최고의 배필이 되겠지요”라고 했습니다. 항상 시니컬한 쇼는 “아니지요, 나 같이 못생기고 당신처럼 바보인 애가 나온다면 그건 재앙이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중매결혼으로 그 집안의 내력을 보고 부모님의 성격이나 사회적 배경을 보고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유럽의 왕족들은 왕족인 근친을 골라서 결혼했습니다. 유전적인 우성을 골라서 결혼을 시킨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성의 좋은 점이 유전되는 게 아니라 도리어 가족 병의 유전자가 유전되어 도리어 재앙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유전은 마음대로 안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도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고 야곱도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유대인은 사촌이나 친족들과 결혼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훌륭한 자손을 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가끔 길에서나 식당에서 가족이 같이 나온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부인은 참 아름답게 생겼는데 남편은 우락부락하게 심술이 사나운 조폭같이 생겨서 속으로 ‘참 안 어울리는 부부로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반대로 남자는 미남이고 교양 있게 생겼는데 부인은 그냥 막 되어 먹은 아줌마처럼 생긴 부부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손에게 가면 더 재미있습니다. 옛날 은사인 김명선 선생님은 “목사 아들치고 망나니 아닌 놈들이 드물지. 그런데 저 애는 목사 아들치고는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니 목사님의 거룩한 유전자가 자식 대에 가서는 거룩한 힘을 잃어버리는 것일까요.  
 
부부가 다 대학교수이고 훌륭한 사람인데 자식들은 공부를 잘 못 하는 가정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조국 교수와 정경심 교수의 아들딸은 부모님이 모두 교수인데 자식들은 전국에 파문을 일으키는 자식들이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한국 최고의 미남이라고 불리던 최무룡이란 배우와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고 하는 김지미 씨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낳은 아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리 잘생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유전자가 화투 쪽 모양 그대로 유전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지금은 사회가 금전만능 주의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이 잘 되는 일이 적어졌지만, 옛날에는 가난하고 볼 일이 없는 집의 애들이 공부를 잘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잣집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학비를 조달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일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저 이름 있는 학원에 보내는 것이 가정교사를 두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정교사를 들어가 보면 아버지는 돈도 많이 벌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인데 자식들은 머리가 안 좋은 집안이 많고 혹은 어머니가 머리가 좋은데 자손이 머리가 안 좋은 집안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 자손들이 목사가 되고 의사의 자손들이 의사가 되고 교수의 자손들이 교수가 되는 일이 많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젊은이들이 결혼 전에 건강 진단서를 교환하고 가족사항을 교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꼭은 아니지만 한 번 생각해볼 조건이 아닌가 하고 생각은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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