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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절망 세대를 위한 한국경제 ‘해방일지’

윤희숙 전 국회의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숨만 쉬고 있다면 어떻게 해방을 이루나.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들은 동호회 권유에 시달리다 못해 자기들끼리 모임을 결성하면서 내면의 문제에 천착한다. 한 걸음씩 어렵게 앞을 더듬어가는 젊은이들의 여정에 푹 빠져 있던 시청자들은 이제 깨어나 다양한 후기를 쓰고 있다.

드라마 속 젊은이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인 한국경제도 해방일지가 절실하다. 지난 20년 정체와 갈등에 발이 묶여온 한국경제는 초강력 거미줄로 개인의 삶도 칭칭 감아 날아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일자리 부족해 길 잃은 청년 넘쳐
경제 발목 잡는 족쇄부터 풀어야

해방일지의 본질은 족쇄가 무엇인지 짚어내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잡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인데 자리 튼튼한 이들만 보호하는 노동시장 규칙은 왜 그대로인가. 신생아 수는 20년 전보다 3분의 1로 줄었고, 고령자 비중은 3배가량 늘어 미래 세대의 부담이 한없이 무거워질 텐데, 능력을 장착해줄 교육개혁은 왜 논의조차 안 하나. 전봇대,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라는 말 잔치뿐 일자리 창출을 막는 덩어리 규제가 풀린 게 있는가.

도대체 족쇄가 무엇일까. 변화를 두려워하게 하고 개혁 없이도 살 것처럼 거짓을 부추기는 정치세력이다. 시장을 정면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지만, 멸시하고 억압한다. 문재인 정권은 집을 사려면 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고, “먹을 저녁밥이 없다”는 사람에게도 주 52시간제를 강제해 “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라”며 무턱대고 공장 문을 잠갔다.

변화를 주도할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력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검찰개혁이든 구조개혁이든 개혁을 말하는 세력치고 오히려 개혁 대상에 가깝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사법개혁을 말하면서 법치 파괴에 나서기 일쑤였고, 시장 개혁을 말하는 세력은 자신들만의 리그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국민의 불신을 받았다.

그 결과는 한국사회는 방향성을 잃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 포퓰리즘 공약들이 범람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니 여기저기 맞춤형으로 돈을 뿌리며 앞은 안 봐도 된다고 눈을 가린다. 안 그래도 지친 국민이 그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볼까. 사방에 길 잃은 사람 천지다.

한국경제의 해방일지를 제대로 쓰려면 한국이 얼마나 길을 잃기 쉬운 나라인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1970년 중등학교 취학률은 40%를 겨우 웃돌았다. 지금 60대 초반 인구의 60% 정도가 중학교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을 정도로 궁핍했다. 반면 지금의 20~30대는 5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풍족함 속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저성장 때문에 턱없이 줄어든 기회의 문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너무나 다르니 무엇에 관해서든 서로 소통하기 힘들고, 사회가 너무나 빠르게 변하니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바람이 뭔지 알아내기도 어렵다.

드라마 초반 여주인공은 상대방에게 “나를 추앙해”라고 명한다. ‘우러러본다’는 뜻의 ‘추앙’이란 단어는 생소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로에게 추앙받기를 갈망하고 상대를 추앙하겠다고 결심하는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러러보기’가 아니라 ‘응원’이었다. ‘사회 속에서 한 번도 채워지지 않았던 내면의 힘’을 같이 만들어내야 애초에 자신들을 방치한 사회를 살아낼 수 있겠다는 고백이자 절규였다.

해방일지의 시작은 우리가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어떻게 응원할 것인지 방도를 찾는 것이면 좋겠다. 나라가 나라답게 “이쪽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외치며 선두에 똑바로 서고, 아이·청년·부모·노인이 지금의 자리에 주저앉도록 일시적 선심을 남발하는 게 아니라, 힘내서 한 걸음씩 기대하며 걸어갈 수 있도록 한결같은 응원을 제도화하는 내용이면 좋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희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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