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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선] 롤러코스터 인사는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2.5.26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경호 논설위원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긴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로 물갈이 인사를 한다. 엊그제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요직을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던 검사장들은 ‘검사들의 유배지’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한 달전, 한동훈 법무장관 취임 다음날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도 ‘친윤(親尹)’ ‘윤 사단’ 검사들이 핵심 보직에 올랐고 과거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반윤(反尹)’ 검사들은 역시 ‘유배지’로 갔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편중 인사를 바로잡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면이 있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 닷새 만에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윤 사단 대학살’ 인사를 밀어붙였고, 그때 한직으로 밀려난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한동훈 장관 본인도 2019년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한 뒤 2020년에만 세 번 좌천 인사를 당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눈 한번 질끈 감고 조국 수사 덮었다면 계속 꽃길이었을 것”이라며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라고 했다. 이들 입장에서야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하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드라마틱한 인사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검찰, 화려한 복귀 아니면 유배
정권 따라 춤추는 인사는 비정상
코드인사 없어야 검찰 개혁 성공

2020년 추미애 장관이 검찰 물갈이 인사를 하기 1년 전에는 윤석열 총장이 핵심 보직을 ‘윤 사단’으로 채웠다. 검찰에 특수통만 있느냐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김웅 의원이 쓴 『검사내전』에는 형사부 검사의 애환이 담겨있다. “검사로서 자긍심과 꿈을 가지라고도 한다.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형사부 검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꿈이 아니라 잠이다. 잠을 자야 꿈이든 뭐든 꾸지 않겠는가.”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제대로 배려받지도 못한다. 반면 “어느 조직이든 전선에서 떨어질수록, 총구에서 멀어질수록 승진과 보직의 기회가 많다”고 했다. 친윤, 친문 검사만 있는 게 아니다.

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터 타듯 춤추는 인사는 결코 정상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 지난 정부에서 애써 외면했던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진실 규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총장도 임명하지 않은 채, 친윤 특수통 검사를 핵심 포스트에 앉히고 하는 수사가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과 원칙에 부합하고 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수사인지 의문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는 유명무실해졌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불필요한 정치 공방으로 흐를 수 있다.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사에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지난 정부에서 검찰인사 패싱을 당한 당시 윤 검찰총장은 2020년 국감에서 “주변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한동훈 장관은 ‘유배 시절’ 인터뷰에서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 시스템은 “특별한 검사가 목숨 걸어야 하는 게 아니라, 보통의 검사가 직업윤리적 용기를 내면 수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공감한다. 덧붙이자면 대통령이 바뀐다고 밀물과 썰물처럼 정부 성향에 따라 무더기 검사 인사가 나는 건 결코 시스템이 아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정책 목표와 철학이 다를 수 있고 그에 걸맞은 색깔을 내기 위해 정무직 자리를 중심으로 코드 인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 같은 권력기관일수록 누가 정권을 잡든 정치 바람을 타지 않아야 사회 전체의 신뢰수준이 높아진다.

지난 대선 때다. 윤석열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자 홍준표 의원(현 대구시장 당선인)이 한마디 했다. “대통령 직무에서 검찰 사무는 0.1%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말이다.

검찰 개혁이든, 적폐수사든, 성공의 잣대는 과대포장된 0.1%의 검찰 사무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코드에 맞춘 롤러코스터 검찰 인사가 없으면, 법무연수원이 더 이상 유배지가 아니라 연수원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하게 되면, 검찰 간부 인사에 나라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 없으면, 성공이다. 검찰의 생리를 꿰뚫고 있는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익숙한 ‘자기만의 시스템’을 과연 내려놓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고 본다.



서경호(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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