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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시행령 정치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시행령은 법률의 하위 규범이다. 국회에서 모든 내용을 법률로 규정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때 세부적인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한다. 시행령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공포한다. ‘대통령의 명령’이라는 뜻에서 대통령령으로도 불린다.

국회의 법 개정을 일일이 거쳐서는 행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시행령 정치’가 이뤄졌던 배경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개념으로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였던 ‘일자리위원회’ 설치. 취임 엿새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검증하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 두 개가 개정되면서 지난 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1일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행안부 내 경찰 지원조직 신설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차관 정치’도 시행령 정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차관 임명은 장관과 달리 국회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정권 교체기에 정부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차관 정치를 가동하기도 한다.

시행령의 하위 규범도 있다. 부령이다. 대통령령의 시행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시행규칙’으로도 불린다. 부령은 행정 각 부 장관이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또는 직권으로 제정할 수 있다. 부령 아래로 훈령도 있다. 훈령은 정부 조직 내부의 행동지침이거나 운영규칙으로 간주해 국무회의 의결이나 법제처 심사조차 거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를 규정한 것도 장관이 법무부 훈령을 개정해서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시행령을 남발하면 ‘입법 패싱’ 논란이 제기된다. 그렇다고 시행령 개정에 국회가 개입하면 삼권분립(입법·사법·행정)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시행령 정치의 유효 기간은 정권이 유지될 때까지다. 국민을 위하는 제대로 된 입법은 유효 기간이 없다.



위문희(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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