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탈원전 5년 바보짓”…1조 수혈, 원전최강국 재건한다
정부가 고사 직전인 원자력발전 업계를 살리기 위해 1조원 이상의 신규 일감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규모 발주가 가능한 신한울 3·4호 건설을 재개해 업계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또 수출 지원 및 중소 원전업계 금융 지원 확충 등 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나서기로 했다.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원자력발전 협력업체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갖고 “지금 원전 업계는 전시(戰時)다.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무엇보다 일감, 선(先)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를 못 살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생산 현장 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한국형 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현장을 둘러봤다면 과연 그런 의사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6/23/778e6065-79d4-4096-a083-a5fcdb327582.jpg)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원전 설비업체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탈원전 백지화 및 원전 최강국 건설’ 구상에 발언의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원전 부활’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만일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이 여의도보다 큰 면적의 이 어마어마한 시설을 다 보고,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현장을 둘러봤다면 과연 그런 의사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탈원전’을 표방한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운 발언이다.
925억 긴급 발주해 급한 불 끄고, 원전 수출 정상회담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가동을 멈춘 원자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전 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했다면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6/23/cc38597b-9996-44e2-8c91-112bb3f54b6c.jpg)
원전 업계는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 추진의 여파로 신규 일감이 감소하는 등 급격한 쇠퇴기를 맞았다. 원자력산업협회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5조5034억원 수준이었던, 원전 업계 전체 총매출은 2020년 4조573억원으로 4년 새 26.2%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억2641만 달러(2016년)에서 3372만 달러(2020년)로 급감했다. 업계 인력도 같은 시기 2만2000명→1만9000명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우선 신규 일감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 신한울 3·4호 건설 설계 등 925억원 수준의 긴급 발주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신한울 3·4호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등 건설 재개를 위한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당겨,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새로 창출할 방침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하 원자력 기술개발(R&D)에도 올해 6700억원, 내년부터 202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특히 국내 독자 모델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2028년까지 399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준위방폐물 융합대학원을 내년에 설립해 지속적인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의 원전 일감 창출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신규 원전 사업 확보가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를 제외한 신규 원전 계획이 모두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신규 일감도 대부분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에 치중돼 있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 활성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새 일감을 계속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출은 수주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은 신규 원전 건설보다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이 약점이다.
이에 국내 신규 원전 사업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도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크게 줄이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결국 수출 경쟁력도 국내 원전 산업계가 유지될 때 나오는 것”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용지 확보 등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야당에서는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후 위기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세계적인 흐름인데 전 세계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현일훈.김남준(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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