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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상 당해도 소젖 짜야했다, 그 목장에 로봇팔이 바꾼 것 [르포]

쇠뿔목장 김대원 대표가 로봇 착유기 작동 상황을 컴퓨터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착유 데이터 등이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강기헌 기자
“부모님상을 치러도 젖은 짜줘야 합니다. 그만큼 중요하죠. 하지만 로봇 착유기를 들이고부터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어요.”

지난 21일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쇠뿔목장에서 만난 김대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젖소 1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목장 한쪽 건물에서는 로봇 착유기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카메라가 달린 로봇팔은 착유점을 확인하면 착유기 4개를 젖소에 부착했다. 8분간의 착유가 끝나자 로봇팔이 착유기를 떼어낸 뒤 물에 씻었다. 모니터엔 짜낸 원유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작동 상황은 목장 내 컴퓨터를 통해 김 대표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된다. 김 대표는 “로봇 착유기를 들이기 전에는 오전 4시, 오후 4시 두 번 사람이 우유를 짰는데 로봇을 들인 후부터는 하루 24시간 착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쇠뿔목장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6t. 로봇 착유기를 도입하면서 원유 생산량은 도입 전과 비교해 10% 늘었다. 젖소 한 마리당 착유 횟수는 하루 2회에서 2.6회로 늘었다. 반면 사료 소비량은 이전과 비교해 10% 줄었다. 김 대표는 “원가 기준으로 대략 15%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쇠뿔목장이 로봇 착유기를 도입한 건 2020년 초다. 스웨덴에서 수입한 착유기는 대략 4억원 수준. 이중 절반을 국가에서 보조를 받았다. 환경 변화에 예민한 젖소들이 로봇 착유기에 적응하는 데는 대략 2달이 걸렸다. 김 대표는 “젖소는 사람 손길이 조금만 바뀌어도 달라진 걸 안다.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2달이면 그렇게 오래 걸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로봇 착유기를 들이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건 양육 환경이다. 로봇 착유기는 젖소의 목에 걸린 개체 인식표를 확인해 적정한 사료를 공급한다. 김 대표는 “소가 착유기에 들어오면 로봇이 착유 시점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개체별로 알맞은 분량의 사료를 공급한다”며 “하루 8번 사료를 나눠주는데 조금씩 자주 먹이니 소들도 소화에 부담이 없고 움직임도 늘어 대사성 질병이 줄었다”고 말했다.

쇠뿔목장은 올해 초 로봇 착유기에 원유 속 호르몬 수치 등을 실시간으로 검사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우리 목장이 처음일 것”이라며 “호르몬 검사를 통해 수태(受胎) 여부와 건강 상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젖소별 건강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쌓인다. 이를 기반으로 수의사가 목장을 방문할 때 맞춤형 점검을 요청한다.

김대원 쇠뿔목장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로봇 착유기 작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스마트팜의 장점은 또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르게 오른 사료값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한 달 사료비만 450만원이 늘었다”며 “로봇 착유기를 들이면서 사료를 나눠서 자주 먹이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초기 투자비 등을 생각하면 로봇 착유기가 눈앞의 수익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익과 연결될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그는 “융자와 초기 투자금을 생각하면 향후 7년간 로봇 착유기를 운영해야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원가 절감에는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주변 농가에는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연평균 15.5% 성장
저출산 고령화에 더해 최근 식량 안보가 글로벌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스마트팜에 주목하는 농가는 늘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팜 시장은 2020년 138억 달러(17조8900억원)에서 2025년 220억 달러(28조52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2.4억 달러(311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4.9억 달러(6370억원)로 연평균 15.5% 성장할 것으로 농촌진흥청은 전망하고 있다. 김종복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축산 선진국인 유럽은 가축의 생체반응 등 각종 정보를 활용해 생산과 유통을 연계하고 동물복지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스마트팜을 통해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극복하고 나아가 신사업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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