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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친환경 마케팅

한영익 정치에디터
2020년대 한국 도시에서 가장 뜨거운 소비 대상은 자연 같다. 연예인들이 자연인 콘셉트로 ‘5도 2촌’(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촌에서 생활) 라이프를 재연하는 프로그램이나, 낚시 버라이어티 예능이 TV에서 인기를 끈다. 도심 공원 건설은 철도·도로에 몰렸던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공약으로 파고들었다.

기업들은 전방위 ‘친환경 마케팅’으로 이런 분위기에 호응하고 있다. 전기차나 친환경 에너지는 이미 이 분야의 고전격이다. 동물사료를 만드는 회사는 가축의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사료를, 화장품 업계는 친환경 성분을 사용해 만든 비건 화장품을 앞세우고 있다. 윤리적 차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친자연·친환경이 이미 중요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를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공적 영역에서도 친환경은 범람하고 있다.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 확충을 실적으로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고, 강이나 호수·천변에 난 자전거길에도 ‘친환경’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친환경 급식은 공적 영역의 대표 친환경 상품이다. 잔류농약, 방사능, 항생제, 합성첨가물, 유전자 변형 등이 없는 친환경 농·축산물을 사용한 학교 급식을 대다수 지자체가 권장하고 있다.

서울 고등학교 급식에서 최근 보름 사이 두 차례나 개구리 사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강서구 여고 급식에서는 열무김치에서,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 여고의 열무김치말이국수에서 개구리 사체가 발견됐다. 황당했던 건 친환경을 급식 특성상 원재료에 청개구리·민달팽이 등이 섞이는 경우가 있다는 일부 급식업체들의 설명이다. 친환경 농산물에는 청개구리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다행히 서울시 교육청은 해당 식재료를 전량 폐기했다.

벌레 먹은 사과를 내놓고 친환경이란 이유로 소비자에게 이해를 구할 순 없다. 메탄가스 저감 사료도, 비건 화장품도 부작용이 있거나 효능이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친환경만 앞세우다 기본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영익(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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