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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편의 무시하는 헌재소장 공관부터 없애자

청와대 본관이 5월 10일부터 개방되자 탐방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하지만 서울 삼청동 헌법재판소장 관사 쪽은 지난 2일 등산로를 갑자기 폐쇄해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포토]
사생활 보호한다며 청와대 탐방로 일방 폐쇄
‘권위주의 시대 유물’ 공관, 국민에 돌려줘야
구중궁궐 청와대 대문이 지난달 10일부터 활짝 열리면서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청와대와 주변 북악산 일대를 찾는 국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헌법재판소(헌재)의 권위주의적 구태가 찬물을 끼얹어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문화재청에 설치된 ‘청와대 국민개방 추진단’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맞은편 북악산으로 올라가는 청와대 뒤쪽 등산로를 갑자기 폐쇄했다. 이 등산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전면 개방된 청와대 주변을 둘러보려는 전국의 탐방객들이 몰려든 구간이다. 주말에는 하루 3000여 명이 이용했는데 갑자기 폐쇄되자 헛걸음한 탐방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헌재 측이 청와대 주변에 인파가 몰리면서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공관 내부가 들여다보여 사생활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하며 등산로 폐쇄를 요청하자 문화재청이 곧바로 폐쇄했다고 한다. 수많은 시민의 편의보다 공인인 유남석 헌재소장과 일가족의 사생활을 앞세운 것은 문제다. 또 가림막 설치 등 절충 해법을 찾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갑자기 등산로를 폐쇄한 일방통행식 행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헌재소장 공관 쪽 등산로 폐쇄 소식이 알려지자 헌재소장 공관 등 권위주의 시대 유물인 대부분의 공관을 이번 기회에 아예 없애고, 청와대처럼 국민의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재소장 공관은 조선시대 경복궁의 별궁이었던 태화궁(太和宮)이 있던 자리다. 명성황후의 조카 소유였으나 청와대 안전가옥(안가)으로 사용되다 1988년 헌재가 신설되자 1993년 헌재소장 공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민주화의 결과로 헌재가 탄생했지만, 정작 헌재소장 공관은 입지와 운영 모두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땅이 비좁은 서울 요지에 임야 8522㎡(2582평)와 대지 2810㎡를 차지하고 건물 면적(지상 2층, 지하 1층)도 1051㎡나 된다. 전속 요리사와 유지·관리인 등을 두고 있는데, 정확히 얼마의 세금이 공관에 들어가는지는 보안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폐쇄적 운영 때문에 납세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예산을 낭비하고,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헌재 청사는 헌재소장 공관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다. 헌재는 국가안보 관련 기관도 아니고 헌법 재판은 긴급을 다툴 일도 거의 없다. 차제에 대통령과 총리 공관을 뺀 대부분의 권력 기관장 공관은 없애야 한다. 각자의 집에서 출퇴근하면 될 일 아닌가. 진정한 탈권위는 권력 기관장이 공관에서 나와 기득권을 국민 앞에 내려놓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헌재부터 결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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