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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의 이코노믹스] 수출 증대·무역 흑자 유지해야 외환위기 재발 막아

경제위기 태풍 속 한국 경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자본자유화가 진전된 1990년대 이후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일 때마다 세계는 자본유출과 경기침체, 그리고 금융부실로 위기를 겪었다. 한국경제 또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자본유출로 환율이 급등하는 미니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5월 인플레이션이 8.6%로 높게 지속하자 금리를 거듭 큰 폭으로 높였다. 연준은 5월엔 22년 만에 최대폭인 0.5%포인트(빅스텝) 올린 데 이어, 6월에는 28년 만에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 인상했다. 이로써 이미 1.50~1.75%까지 상승한 미 연준 금리는 올해 말 3.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와 달리 반도체 경쟁력이 높고 외화보유액도 4500억 달러 가지고 있는 등 펀더멘털이 튼튼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미 금리 인상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 있고 부동산 버블 또한 생성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4%로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최근 주택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버블이 일고 있으며 인플레이션도 당분간 5%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일 경우 가계부채 부실은 물론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까 우려된다. 과거 사례를 봐도 미국이 단기간에 금리를 3%포인트 이상 높인 경우 한국은 예외 없이 위기를 겪었다.
미 금리 오를수록 한국 경제 불안
중·일 양국은 저금리·고환율 전략
한국은 미 vs 중·일 사이 낀 처지
대외균형 유지로 불안 잠재워야

중·일의 근린 궁핍화 정책도 위협적

김정식의 이코노믹스
무역수지 악화도 문제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노출된 배경은 미국 금리 인상에도 있지만,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신인도 하락으로 자본유출이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국제원유 가격이 높아질 경우 구조적으로 무역수지가 악화한다. 2008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되고 있다. 또 중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 이번에 미국과의 경제안보동맹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로 대중국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경우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자에 무역적자까지 쌍둥이 적자가 지속할 경우 성장률은 둔화하고 신인도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과 중국의 근린 궁핍화 정책도 무역적자를 확대할 수 있다. 과거에도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일본과 중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려서 무역수지를 흑자로 유지하면서 경기침체를 피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러한 전략적 통화정책은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조작하는 중상주의 전략을 강력히 규제하면서 더욱 중요해졌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일본과 자본자유화를 하지 않은 중국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미국이 간섭할 수 없는 국내 통화정책으로 환율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언급했으며 중국 인민은행 역시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과 중국의 이러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조합이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과 2008년에도 일본과 중국은 이러한 전략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성공적으로 대응했고 반면에 한국은 위기를 겪었다. 이번에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정권교체기에 빈발하는 외환위기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국내 정치여건 또한 불안정하다. 위기는 정권교체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권교체기에는 정책운용 체제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미국 금리 인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미니 외환위기 모두 정권교체기에 발생했다. 1997년에는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교체되는 시기였으며, 2008년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는 해였다.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는 시기에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 무역수지 악화라는 충격을 맞고 있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먼저 일본과 중국과 같이 대외적 균형을 중시해야 한다. 거시경제 정책의 목표에는 대내적으로는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흑자가 있다. 미 금리 인상에 일본과 중국은 대외적 균형, 즉 수출증대에 의한 무역수지 흑자와 이를 통한 경기부양에 목표를 두고 대응해왔다.

환율 상승 인위적으로 막지 말아야

반면에 한국은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대내적 균형에 목표를 두고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을 운용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일본은 미국 금리 인상에 저금리·고환율 정책으로 대응했지만, 한국은 위기 전까지는 저금리·저환율 정책조합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한국은 초기에는 수입물가를 낮추고 경기침체도 막을 수 있었지만, 수출이 감소해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하면서 환율이 크게 올라 외환위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그리고 자본유출 방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었다. 환율을 높일 경우 비록 초기에는 수입물가가 높아질 수 있으나 수출 증대로 무역수지가 개선될 경우 국가신뢰도가 높아져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으며 경기도 부양될 수 있다. 또한 환율안정으로 수입물가도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는 수출 증대와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초점을 두어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의 조합을 운용해야 한다.

미국과 무조건 통화스와프 재개해야

일본과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화환율의 상승 폭을 일본 엔화환율 상승 폭과 비슷하게 관리해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선에서 크게 하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록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이 늘어나고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이 커지면서 엔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중·일의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수출 또한 경쟁 품목이 많다는 점에서 환율은 수출에서 중요한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은 일본과 중국의 근린 궁핍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수출경쟁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필요도 있다. 지난 정부가 경기침체와 부동산 버블 그리고 재정 건전성 악화에도 자본유출로 위기를 겪지 않았던 것은 한·미 통화스와프와 무역수지 흑자 때문이었다. 이번 환율상승이 한국 국내 요인보다 미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인한 것이고 다른 통화들도 같이 평가절하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외에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원화 약세의 또 다른 원인이며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이 31%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국제금융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외환공급의 안전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통스러워도 한국엔 고금리 정책 필요
한국은행의 고금리 정책 선택 또한 중요하다. 한국은행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고금리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고금리 정책으로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으며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안정시켜 수입 인플레이션도 낮출 수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어 임금인상-인플레이션의 악순환(wage-inflation spiral)을 막아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기를 부양할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 또한 안정시킬 수 있다. 고금리 정책으로 물가안정, 경기부양 그리고 자본유출 방지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물론 고금리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에 사전적으로 대처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조세정책과 대출규제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이러한 정책을 동시에 사용될 경우 부동산 버블은 붕괴할 수 있으며 가계부채 또한 부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금리를 인상할 때는 조세정책과 대출규제는 점진적으로 완화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를 연착륙시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위기를 겪을 경우 향후 5년 동안 국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신중하고 올바른 정책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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