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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놔두고 공중전화 찾아 헤맸다…대장동 일당 수상한 통화 [法ON]

검사=“공모지침서가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극비리에 논의할 필요가 있어서 차명폰을 이용한 것 아닙니까?
증인 이모씨= “주로 공중전화를 이용했습니다. 제 전화를 이용하지 말라고 해서요”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재판에서 민간사업자 측 실무자로 일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이자 천화동인 4호 사내이사 이모씨는 이른바 ‘대장동 일당’과 통화할 때 공중전화를 썼다고 증언했습니다.

재판을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가 심리한 지난 20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재판에서 이씨가 3번째로 증언대에 섰습니다.

[중앙포토]
“공중전화 이용…공사 직원이다 보니 오해 생길까 봐”
이씨는 이날 재판에서 정민용 변호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할 때 대부분 공중전화를 이용했고, 정 변호사 역시 대부분 공중전화를 사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성남도공 전략사업팀에 입사한 인물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준 문제의 공모지침서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길거리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든 공중전화를 구태여 찾아 썼다니, 재판부 역시 대체 왜 공중전화를 이용한 것인지 그 경위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이씨는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고 정확히 듣지 못했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정 변호사가 저와 통화했을 때 혹시 오해나 이런 것들이 생길까 봐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라고 추측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의 변호사 질문에도 “아무래도 공사 직원이다 보니까 전화로 하는게 조금 저도 불편하기도 했고.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죠.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경위도 수상쩍지만, 휴대전화를 두고 굳이 공중전화로 통화했다니 마치 범죄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씨는 공중전화로 한 통화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습니다.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들은 배당금으로만 4040억원을 챙겼고, 이와 별개로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약 4500억원을 벌었을 정도로 ‘천문학적 돈잔치’를 벌였는데요. 이제껏 이들은 일관되게 대장동 사업이 부동산 경기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한 결과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것일 뿐이라는 논리를 펴왔죠.

재판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씨는 성남도공 내부자이자 공모지침서 작성에 깊숙이 관여된 정민용 변호사와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와 검찰은 이씨에게 이른바 대장동 일당이 공모지침서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는지, 공모지침서에 성남도공에 불리한 7가지 조항이 포함된 경위 등을 궁금해했습니다. 공모지침서가 중요한 이유는 화천대유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동시에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성남도공에는 불리하고 화천대유에는 유리한 7대 독소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성남도공의 수익을 대장동 임대주택용지 A11 블록’(1822억원 상당)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죠.

만약 이러한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천문학적 돈잔치가 대장동 사업자 측 논리처럼 ‘정당한 투자’가 아니라 민간사업자들의 입김이 성남도공 의사 결정에 비합리적으로 반영된 ‘부정(不正)’의 산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혐의 및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공모지침서 작성 경위…“기억 안 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 안 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재판부가 “정영학 회계사가 작성하고 있던 사업계획서 포함된 내용과 실제 공모지침서의 주요 내용 가운데 차이가 있거나 초안에는 없었는데 지침서에 포함됐거나 초안과 다르게 공고 조건이 된 내용이 있는가”고 물었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난다. 거의 다 수정했다”고 답했고요.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답변은 여러 질문에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어느 블록으로 임대주택 부지를 정할지 등에 대한 내용을 공모지침서에 반영할지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임대아파트 부지를 확정수익으로 가져오는 부분을 최초로 말한 사람이 정민용 변호사인지, 정영학 회계사인지’라는 물음에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미리 공모지침서를 확인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고,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에게 지침서 내용을 알려줬는지 들었느냐’는 질문에도 “정확히 들은 적 없다”고 했죠.

다만 이씨는 증인으로 2번째 법정에 선 지난달 27일 재판에서 2014년 말께부터 이듬해 2월 공모지침서가 공고될 때까지 정민용 변호사와 3~4차례 이상 만남을 갖고 10회 이상 통화하며 대장동 사업 공모 준비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한 것은 맞다고 진술했습니다.

같은 재판부에서 열리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한 뇌물 혐의 재판은 오는 22일 진행됩니다. 지난 재판에 이어 이날 재판 증인도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기자 출신인 김만배씨입니다.



김수민(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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