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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0명 발 돌린다…靑등산로 막은 헌재소장 관사, 무슨일

“여기가 아닌가 봐.”
“블로그에는 이 길이 제일 좋다고 나오던데.”
19일 오후 폐쇄된 금융연수원 앞 등산로 입구.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청와대~북악산 탐방안내소 이전'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민 기자


일요일인 지난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맞은편 북악산 등산로. 청와대 전망대로 향하는 길 중간에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통제구역’임을 알리는 펜스로 인해 헌법재판소장 공관 옆 철문을 통해 춘추관 뒷길~백악정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막혔다. 펜스 옆에는 바리게이트와 ‘출입금지’라고 적힌 안내판도 있었다.

등산객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안내판을 들여다보더니 스마트폰을 들어 다른 길을 검색한 뒤 되돌아 내려갔다. 기자가 서 있던 15분 동안에만 등산객 13명이 헛걸음을 했다. 시민 류모(59·서울 도곡동)씨는 “청와대 전망대에 오를 때 이쪽 길(금융연수원 길)이 제일 걷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복궁역에서 일부러 30분 정도 걸어왔는데 돌아가야 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헌재 측 요구로 청와대 인근 등산로 폐쇄
지난달 10일 개방된 청와대 주변 일부 등산로가 헌법재판소 측 요청으로 지난 2일 갑작스레 폐쇄돼 논란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 측은 청와대 개방 이후 헌재소장 공관 주변의 소음피해가 발생하자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에 폐쇄를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측이 폐쇄를 요청한 등산로 인근에 있는 유남석 헌재소장 공관은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 규모다. 헌재소장은 국내 의전서열 4위다.

이번에 폐쇄된 등산로 주변에서 운용 중인 공관은 헌재소장 공관이 유일하다. 옛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사용하던 공관은 청와대 이전 후 모두 비어있다. 문화재청은 사생활 노출 우려 등을 제기한 헌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등산로 폐쇄를 결정했다.

54년 만에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 청와대 경내에 있던 북악산 등산로 전 구간이 지난달 10일 개방됐지만 이 중 금융연수원 앞 등산로는 2일 이후 폐쇄됐다. 김상선 기자
하루 3000명 발길 돌려…인근 상인들도 ‘울상’
등산로가 중간에 끊기자 등산객과 인근 상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해당 길목을 이용하던 등산객은 평일 하루 1000명 안팎, 주말엔 3000명에 달했다. 등산로 폐쇄 후 시민들은 400~500m 떨어진 삼청안내소나 춘추관 입구까지 돌아서 산행을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등산로를 찾은 김학진(56)씨는 “지난달 춘추관을 찾았을 땐 이곳 금융연수원 앞으로 안내하더니 이번엔 또 반대”라며 “안 그래도 춘추관 쪽은 많이 붐비는데 한쪽 길을 막아놓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등산로 주변 상인들도 울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청와대 개방’이라는 호재가 겹치며 매출이 반짝 올랐지만 다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인근 한 카페 사장 배모(55)씨는 “지난달만 해도 주말 오후 3시면 앉을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텅텅 비기 일쑤”라며 “등산로 폐쇄 후 이쪽 동네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식당 매니저 신모(44)씨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30~40% 올라 숨통을 틔웠는데 요즘엔 다시 반토막이 됐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장 공관 모습. 금융연수원 맞은편 등산로는 헌재소장 공관 옆 철문을 통해 청와대 담장~백악정까지 이어진다. 이수민 기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등산로 개방 이후 등산객들이 많이 오가니 공관 측에서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는 불편을 이야기했다”며 “(등산로 출입문 쪽이) 헌법재판소 부지인 만큼 저희가 일방적으로 개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헌재 측은 “갑자기 몰려든 인파로 인한 소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공관 앞이 내부가 잘 보이는 경사로여서 사생활 침해 등 보안상 문제도 있어 폐쇄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수민(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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