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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유족의 줄고소…"대통령기록물 공개 안하면 文도 고발"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故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 유족 측은 20일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2020년 9월 해양경찰의 중간수사 발표를 앞두고 국방부와 해경에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된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고발 대상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이다. 유족 측은 오는 22일 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공무원 아들은 20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반박 편지를 보냈다. 사진 이래진씨 제공
전 안보실장 고발, 야당 대표에 반박 편지
이씨의 유족들은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도 반박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이씨의 아들이 우상호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사본을 공개했다. 이씨 아들은 A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편지에서 “우 의원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니다”라면서 전날 “(이씨 사건이) 월북인지 아닌지가 뭔가 중요한가”라고 했던 우 위원장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월북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나”라면서 “한 가족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익에 따른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은 것에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북을) 확신한다면 대통령 기록관에 있는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면 된다”며 “아버지 죽음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듯하니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주소가 드러나지 않게 이씨 아들에게 받은 편지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내용증명으로 우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을 만나 위로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씨 아들 휴대전화에 남은 이씨와의 마지막 통화 기록. 이 통화 직후 이씨는 실종됐다. 사진 이래진씨 제공
윗선 개입 정황 밝혀질까
이씨의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씨 사망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도 국방부와 비슷한 시기 청와대 지침을 전달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해경을 담당했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직원 등이 창구로 거론된다. 중앙일보는 해당 행정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결되지 않았다. 김홍희 당시 해경청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전화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해경 내부에서도 중간수사 발표 과정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천해양서가 아니라 해경청이 발표하자 의문 섞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해경 관계자는 “‘1차 브리핑 당시 인천해경서장이 월북이라고 단정 짓지 않아 욕을 먹었고 이후 사안이 중부해경청으로 넘어갔는데 거기서 인천해경서가 브리핑하는 게 맞다고 했고 결국 해경청에서 브리핑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라고 했다. 해경의 한 간부는 “1차 브리핑에선 수색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국방부로부터 월북 정황을 전달받아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조사한다고 발표했다”며 “월북 관련으로 이슈가 확대되니까 본청에서 브리핑하는 식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성현 남해지방해경청장은 “당시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국방부 자료와 이에 대해 수사팀이 재차 확인한 사실과 인천해경 수사팀의 수사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며 “지휘부 검토를 거쳐 작성된 문안을 브리퍼로 지정된 제가 국민께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의혹에 대해선 “소속원으로서, 공직자로서 개인의 의견이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지침이 있었는지는 확인 중이다”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 고발에 대해서는 전제 조건 달아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고발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유족 측은 이날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달 23일 대통령기록관장이 청와대가 보유했던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국회에서 대통령 기록물 열람이 의결되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 따라 기록물 열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서울고법원장의 영장이 있거나 ▶전직 대통령 측이 해제할 경우 가능하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문 전 대통령이 이 사건 관련해 보고받은 뒤 대응을 안 했으면 직무유기죄로, (사태를) 방치하도록 지시했으면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석용.최모란(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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