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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형 침묵’ 끝낸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40여 일간 17차례…기자 질문이 곧 민심
윤 대통령도 신중·정제된 언어 구사하길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40여 일간 17차례 기자들과 출근길 즉석 문답(도어스테핑)을 했다. 전임자가 5년간 11차례 기자회견을 하면서 시나리오·질문지·편집이 없는 3무(無) 회견을 했다고 자랑했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의 변화다. 청와대란 구중궁궐에서 나와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연 취지를 잘 살렸다. 국민과 소통하고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그간 70여 건의 질문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이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화물연대 파업 등 일상적 현안뿐 아니라 자질론이 제기된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 검찰 출신의 중용 문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인근 시위뿐 아니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 논란 등 윤 대통령으로선 부담스러운 내용도 포함됐다. 한마디로 기자들의 질문 형태로 전달된 민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도어스테핑을 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바로 마주하기도 직접 듣기도 어려웠을 내용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민심과 멀어지면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걸 고려하면, 도어스테핑이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특유의 진솔한 화법으로 답해 왔다. 근래엔 비교적 상세하게 의중을 밝히기도 한다. 그 덕분에 국민도 대통령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됐다. ‘비밀주의’와 ‘전언(傳言) 정치’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직설·즉흥적 답변 스타일이 종종 오해나 논란을 낳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양산 사저 시위에 대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고 한 게 시위 묵인으로 이해됐던 게 한 예다. 대통령실에서 이미 시위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당시 발언은 ‘집회의 자유’를 뜻한 원론적 언급이었고 시위 자체는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의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는 얘기다.

발언 자체가 통합과 배려, 포용과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야당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정권교체가 되면 과거 일부터 수사가 이뤄지고 좀 지나면 현 정부 일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지,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고 반문한 것이나, 검찰 중용에 대해 “과거엔 민변 출신으로 도배했다”고 반박한 것 등이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란 단서를 단 것도 적절치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도어스테핑은 대통령들의 ‘권력형 침묵’에 종지부를 찍은 역사적 변화다. 윤 대통령만이 아닌, 이후 대통령도 따라야 할 전통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제대로 해내야 한다.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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