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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출신 가사도우미에서 첫 흑인女 콜롬비아 부통령으로

"그는 새 역사를 썼다."(BBC)
"변화를 요구하는 콜롬비아인들에게 그는 챔피언이다."(뉴욕타임스)

콜롬비아의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프란시아 마르케스(40)에 대해 외신은 이렇게 평가했다.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통령에 당선된 좌파 연합의 구스타보 페트로의 러닝메이트였던 마르케스는 이번 콜롬비아 대선에서 새바람을 일으켰다.
콜롬비아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 프란시아 마르케스. 로이터=연합뉴스
콜롬비아는 남미 국가 중 아프리카계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로,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인종차별이 잠재된 사회 문제로 꼽히며, 아프리카계의 빈곤율이 31%에 이른다. 정부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이 단 한 명일 정도로 흑인 여성은 사회 참여와 정치 활동에서 소외돼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환경·인권 운동가인 마르케스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으로서 콜롬비아 역사상 최고위직에 올랐다.

WP는 "마르케스의 인생 스토리와 솔직한 입담은 콜롬비아 사회가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계급주의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16세에 미혼모"...인생사 당당 고백
마르케스는 선거 운동 기간 대중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당당하게 밝혔다. 1981년 콜롬비아 남서부 카우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마르케스는 16세에 첫 아이를 출산해 미혼모가 됐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금광에서 일했고, 이후 가사 도우미도 했다. 동시에 꾸준히 환경 운동을 해오던 그는 2014년 금광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며 불법적으로 금을 캐내는 사람들에게 항의하는 행진을 주도했다.

그를 포함한 80여 명의 여성들이 카우카에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까지 10일간 행진했고, 이들은 행정부 앞에서 20일간 시위를 벌였다. 결국 이 시위를 계기로 콜롬비아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불법적인 금광 채굴을 단속했다.

마르케스는 이 공로로 2018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엔 BBC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그를 상대로 살해 시도까지 있었으나 다행히 무사했다고 WP는 전했다. 마르케스는 2020년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한 후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마르케스가 19일 선거 승리 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흑인 여성들 환호..."인종차별 논의 물꼬"
마르케스는 이전까지 정치 경험이 없었지만,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후 유세장에서 그를 만난 흑인 여성들은 환호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으론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종과 관련해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이제 저항에서 권력으로 옮겨갈 때", "만약 정부가 일을 제대로 했다면, 난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란 발언들로 대중에 각인됐다. 또 선거 기간 폭력적인 좌익 게릴라 단체와 관련이 있단 비판을 받자, "그들이 정말 불편한 건 옛날 같으면 자신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여성이 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마르케스가 19일 투표를 마친 후 지지자들과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선거 기간 콜롬비아의 인종주의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마르케스의 신랄한 비판이 콜롬비아에서 그간 보기 힘들었던 관련 논의의 물꼬를 텄다고 평했다.

콜롬비아를 연구해 온 올가 루시아 곤잘레스는 프랑스24에 "콜롬비아에선 코로나19 사태 등과 관련해 기존 정치 계층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컸는데, 마르케스가 정치인 출신이 아니란 점이 오히려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일부 비평가들은 마르케스가 소수의 목소리만 대변해 나라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콜롬비아의 분석가인 세르히오 구스만은 "마르케스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며 "그가 부통령으로서 경제나 외교 정책을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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