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에 가슴 부여잡았다"…주식 공황에 정신과 찾는 2030
“매일 주식시장이 열리기 30분 전부터 가슴이 막 쿵쾅거리기 시작해요. 욕심 안 부리고 남들 다 넣는 종목에만 투자했는데 주식 때문에 제가 이렇게 망가질 줄은 몰랐죠.”직장인 허모(32)씨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연이은 주가 폭락으로 투자 손실금이 1000만 원대로 불어나자 극심한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허씨는 “테마주나 코인(암호화폐)은 투기라고 생각해서 안정적인 종목에만 투자했는데, 믿었던 삼성전자가 ‘5만 전자’가 되는 순간 가슴을 부여잡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주식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특히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20~30대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이도 적지 않다. 최근엔 국내 증시의 대표 우량주들마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허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믿었던 삼전마저…잠 안 와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량주의 주가까지 급락하면서 초보 투자자들의 타격이 극심한 상황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5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5만 원대가 된 건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초 9만 원대까지 오르며 ‘10만 전자’라는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왔지만, 다시 ‘5만 전자’로 내려앉은 것이다.

비슷한 고통을 겪는 투자자들이 익명으로 온라인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인 ‘주식 비트코인 망한 사람들을 위한 방’에는 19일 기준 70여명의 투자자가 들어와 각자의 투자 실패 경험을 털어놨다. 채팅방 개설자는 “힘들어서 오셨으면 잘 찾아오셨다”며 다른 투자자를 격려했다.

주식 호황만 겪은 2030에 충격
이러한 현상에 대해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투자 경력이 긴 기성세대는 전에도 주식이 빠지는 걸 겪었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20~30대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투자 손실을 투자로 메꾸려는 무리한 시도보다는 가족에게 실패를 털어놓거나 다른 일상적 활동을 통해 주의를 환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건.양수민(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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