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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용료 받자는 매니저에 '버럭'…송해길 곳곳 남은 추억

 작가 김영준씨가 고(故) 송해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채혜선 기자
“나처럼 늘 환하게.” “또 그렇게 살아지는거야….”


원조 ‘국민 MC’ 고(故) 송해씨의 시민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지하철역 종로3가 5번 출구에서는 고인의 생전 모습과 어록을 화폭에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다음 달 송씨 49재까지 작품을 하루에 하나씩 완성할 예정이라는 작가 김영준(65)씨는 “그냥 보내드릴 수 없는 분이라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런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종로3가역 5번출구에 마련된 송해씨의 분향소. 사진 채혜선 기자
송씨 분향소는 그와 평소 가까웠던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일대 상인 등의 마음을 모아 만들어졌다. 분향소에 올리는 조화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새벽 꽃시장에서 사 오는 것이라고 한다. 종로2가 육의전 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은 2016년 ‘송해길’로 지정됐을 정도로 송씨가 자주 다니며 애정을 보였던 곳이라고 한다. ‘송해 없는’ 송해길을 지난 17일 돌아봤다.

“돈 받자는 매니저 호통”
송해씨는 그의 캐리커처를 무료로 사용하게 해줬다고 한다. 한 식당의 수저 봉투. 사진 채혜선 기자
송해길에 있는 송씨 단골집으로 알려진 몇몇 식당은 송씨 이름을 내걸고 장사 중이다. ‘송해 맛집’ ‘60년 전통 송해의 집’ 등과 같은 식이다. 송씨는 자신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가게들이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름 등을 대가 없이 쓸 수 있도록 해줬다고 한다. 송씨 캐리커처를 간판 등에 쓰고 있는 한 낙지집 사장은 “과거 선생님 매니저가 선생님에게 캐리커처 사용료 등을 상인들에게 받자고 건의했었는데, 선생님이 아주 크게 화를 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인이 송해길에 썼던 마음 씀씀이가 너무도 크기에 “고인을 쉽게 보낼 수 없다”는 게 그와 평소 친분을 쌓았던 이 일대 상인 등의 생각이다. 이는 송해 분향소에 ‘송해, 그리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기도 하다. 그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리고 또 마음으로 그리워한다는 이중적 의미가 담겼다. 이를 기획한 김은주 ‘추억을파는극장’ 대표는 “‘송해, 그리다’라는 글씨를 분향소 천막에 쓰는데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내렸다”며 “선생님이 기뻐서 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점심 단출…평소 건강”
김은주 대표와 고인의 사진이 김은주 대표 사무실에 걸려있다. 사진 채혜선 기자
김 대표는 고인의 별세 전날인 지난 7일 마지막 점심을 고인과 함께했다고 한다. 고인은 단골 청국장 가게에서 밥에 김을 돌돌 만 다음 된장을 찍어 먹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다음날 약속도 잡았을 정도로 평소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며 갑작스러운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실버영화관에서 공연한 고 송해(왼쪽)씨와 배우 전원주씨. 사진 김은주 대표
송씨는 실버 영화관 등 실버 문화 관련 사업을 하는 김 대표를 아꼈다고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젊은 사람이 대신한다”고 격려하면서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종로 낙원상가 실버영화관에는 이곳을 위했던 송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적막했던 공간을 화초 등으로 꾸며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선생님이었다”는 게 김 대표 말이다.

고인은 천생 대중문화예술인이었다고 김 대표는 추억했다.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무대에 올라 관객을 기쁘게 하는 게 선생님의 낙이었다”는 것이다.

‘송해 없는’ 송해길에 남은 건 슬픔과 추억
송해길에 있는 연예인 의상 전문점 '미스터최'에 걸려 있는 송해의 흔적들. 사진 채혜선 기자
“이 길을 매일 지나던 선생님이 언젠가는 다시 들어오실 것만 같아요.”

송해길 길목에서 연예인 의상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호상씨가 한 말이다. 송씨의 방송·행사용 의상을 수십벌 만들었다는 최씨는 고인의 KBS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인터뷰 의상도 만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그때 만들었던 옷이 선생님과 함께할 마지막 옷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송씨는 낙원동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할 때마다 최씨 가게 앞을 지났다고 한다. “뭐하냐”며 가게에 불쑥 들어오던 고인이었다. 최씨는 “요새 습관처럼 가게 밖을 내다보며 ‘선생님이 언제 지나가시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은 ‘고맙다’ ‘최고다’ 등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우리를 실망하게 한 적 없는 최고의 고객”이라며 고인을 떠올렸다.

송씨의 마지막 점심을 만든 청국장식당 사장 공향원씨도 “송해 없는 송해길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씨는 “가게에 있던 손님들에게 사인이나 사진 요청이 들어왔을 때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내치지 않던 선생님의 모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송씨 분향소를 다음 달 49재까지 꾸릴 계획이라는 김은주 대표의 바람은 하나다. “선생님은 서민의 스타잖아요. 종로를 찾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꽃 한송이 올려놓고 선생님의 마지막 길을 추모해줬으면 합니다.”




채혜선(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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