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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 호의, 립서비스 아니다"…'친윤계 역설' 파고든 이준석

여당 권력 지형이 연일 꿈틀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 그 외 친윤 그룹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인사들의 반목과 전략적 제휴가 한창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은 대부분 여의도 밖에 있고, 여당 내에는 확실하게 돋보이는 ‘거두’(巨頭)가 없는 상황”이라며 “무주공산인 상황이 당내 경쟁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최근 친윤계 의원들을 매섭게 공격하면서도, 윤 대통령에게는 연일 호의적인 발언을 던지고 있다. 이 대표의 ‘투트랙 행보’와 이를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월 6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이 대표는 14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께서 과거에 비해 몇 발자국 더 앞서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은 단기간에 소통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젠 여당이 바뀔 때”라고 말했다. 15일 라디오에서는 “대통령께서 굉장히 바쁘신데도 구중궁궐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통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단지 취임 초 대통령에게 으레 따라붙는 립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4월 권성동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했을 때는 “입법 추진에 무리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는데, 주변에 윤 대통령 측의 의중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봉하마을에 방문하면서 지인과 동행한 것이 논란이 됐을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예를 갖추는데 지인이 동행하면 안 된다는 법을 누가 만들었나”라고 발 빠르게 엄호했다.

반면 당내 친윤 그룹을 겨냥해서는 융단 폭격에 가까운 공세를 퍼부었다. 정진석 의원과 사흘에 걸쳐 거친 설전을 벌였고, 장제원 의원이 모임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의원 모임 ‘민들레’(가칭)를 공개 비판했다.

“의도적 전략” “임기 초 대통령과 충돌해봐야 손해”
1월 6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차량에 함께 탑승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대선 때만 해도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에는 찬 바람이 불었다. 윤 대통령의 기습 입당 논란, 이 대표의 당무 거부 및 선대위 직책 사퇴 등 잊을만하면 갈등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비상인데, 누구도 제삼자적 평론가가 돼선 안 된다”고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 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반(反)윤핵관, 친(親)대통령으로 정치 스탠스를 확실하게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달라진 배경에는 여의도 정치 지분을 넓히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당내 경쟁자와 윤핵관에게는 공세를 펴되, 대통령실에는 손을 내밀어 자기 정치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포석”(국민의힘 전직 의원)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최근 친윤그룹의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에 이어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과도 최고위원 추가 임명 문제를 두고 공개 충돌했고, 당내에선 “당권 투쟁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임기 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봐야 좋을 것 없는 집권당 대표의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여당 초선의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충돌 사례처럼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부딪히면 손해라는 걸 유 원내대표와 가까웠던 이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성 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 등 정치적 명운의 갈림길에 선 이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자제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친윤계의 역설? “ 尹, 여의도 그룹 과한 부각 원치 않을 것”
3월 18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그런 이 대표를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도 여당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좋든 싫든 선거 과정에선 ‘원팀’으로 뭉쳤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라는 게 여권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여의도 권력 투쟁에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친윤 그룹에 별다른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여권 관계자)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정진석 의원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의아하다”고 저격한 뒤 열린 대통령실 초청 오찬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우크라이나 얘기를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여당에서는 “정 의원이 무안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당 일각에서는 “여의도 권력이 특정 세력에게 독점되지 않기를 바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도 작용하지 않았겠나”(중진의원)라는 분석도 있다. 여당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 주변에는 여의도 친윤 그룹만이 아니라, 검찰 출신 등 다양한 측근 그룹이 포진해 있는데 여의도 그룹만 집권 초기 너무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친윤 그룹은 때리고, 대통령과 김 여사를 호평하면서 윤 대통령의 이런 심리를 파고드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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