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본권은 뒷전?…여야 '尹·文 구하기용' 집시법 개정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욕설 집회’와, 맞대응 성격으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 앞 ‘맞불 집회’가 결국 관련법 개정 등 법에 의한 해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안(구자근·박대출안)은 현직 대통령의 집무실 주변 집회를 막자는 내용이고, 민주당안(정청래·한병도·박광온·윤영찬안)은 사실상 전직 대통령의 사저 주변의 집회를 막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기본소득당(용혜인안)은 집회 예외지역을 아예 없애 어디서든 집회가 가능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21조)에 규정된 기본권이다. 다만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헌법 37조)이 있다. 현행 집시법(11조)은 이를 근거로 “국회의사당, 법원ㆍ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ㆍ대법원장ㆍ헌법재판소장ㆍ국무총리 공관에서 100m 이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 관련 시설이더라도 집무실이나 사저(私邸)는 집회금지 구역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과 현재 거주하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현직이 아닌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역시 집회가 가능한 곳이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시위대를 직접 비판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엔 “시위자들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을 자행했다”며 시위 단체를 고소했다. 고소장엔 “살인 및 방화 협박도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의석 과반을 점한 민주당은 이를 “양산 집회를 옹호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민주당의 집시법 개정안 4건 중 2건이 윤 대통령의 발언 바로 다음날인 지난 8일에 발의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한 총리의 경고 와중에도 시위대는 “왜 보수 정권의 총리가 전 정부의 수장을 만나느냐”며 바닥에 드러누워 한 총리의 차량을 막아섰다. 특히 일부는 이런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후원을 해달라”는 노골적 영리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17일 통화에서 “퇴직한 자연인인 전직 대통령과 그의 사저가 헌법에 규정된 공공복지와 국가안전 등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특히 개정안 중 ‘전·현 대통령 사저’ 등 특정한 장소를 명시해 집회를 금지시키는 방식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욕설집회와 맞불집회라는 참상에 대한 근본 원인을 제공한 주체는 팬덤을 활용해 상대에 대한 노골적 비방과 비난을 일삼아온 기존 정치권”이라며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 없이 사실상 전·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화.우수진(thkang@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