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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공 직원 "대장동 개발 방식 바뀐 출발점은 '정영학 제안서'" [法ON]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사업자를 공모하기도 전에,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천화동인 일당들은 어떤 사전 계획을 세웠을까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들여다봤던 문제죠. 최근 공판에서 쟁점이 되는 건 성남시 구도심 신흥동에 위치한 '1공단 결합 개발사업'입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답보상태에 있던 대장동 일대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내건 사업인데요. 성남시의 신흥동 제1공단을 공원화하는 사업을 지난 2014년 수천억대 수익이 예상되는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과 결합한 겁니다. 간단히 말해 대장동 수익으로 신흥동 공원을 만드는 비용을 대는 겁니다. 그런데 사업자를 선정한 이듬해인 2016년 도시개발계획을 갑자기 변경해 1공단 공원화 사업을 분리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2년 6월 시장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과 신흥동 제1공단 결합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성남시청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의 입김이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1공단을 분리하면 대장동 사업의 속도가 붙을 뿐 아니라,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1공단의 경우 과거 선정됐던 민간 개발업체와 성남시가 소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는 1공단 공원 개발을 분리할 계획이 없었는데, 민간 사업자들이 정민용 변호사를 시켜 성남시 결재라인을 건너뛰고 이재명 당시 시장의 결재를 받아 분리했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가 심리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등 재판에 나온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한모씨도 당시 사업자들이 "1공단 소송 이슈로 금융권 대출이 어렵다는 의견서 등을 제시했다"고 기억합니다. 정민용 변호사가 직접 시장의 결재를 받아 이를 관철했다고도 증언한 바 있는데요. 성남시가 결정할 사안을 공사 직원이 와서 결재를 받는 일이 생기다 보니, 당시 시청의 일부 직원들이 성남도공 직원들에게 "직접 가서 (시장) 방침을 받아라"라며 비꼬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한씨는 1공단을 분리하는 방향이 틀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1공단을 분리해 대장동부터 먼저 개발한 뒤, 민간사업자들이 얻은 이익으로 공원화 사업을 마무리하는 '플랜B'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한씨는 "당시 시청 일선에서는 결합으로 진행하던 사업을 분리하는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성남시 역시 이전부터 분리를 검토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부분이죠.


검찰은 지난 3일과 10일 증인으로 나온 성남시청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분리개발을 할 경우 대장동 주민들이 "왜 우리 지역에서 나온 이익을 1공단 사업에 쓰느냐"며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었다는 건데요. 또 당시 1공단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긴 했지만, 법적으로 봤을 때 결합개발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시의회 회의록에 남아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개발 방식을 '환지'로 하느냐, '수용'으로 하느냐도 또 다른 쟁점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도시개발구역 원주민에게 땅을 사서 수용하는 게 수용방식이라면, 환지 방식은 개발이 끝나면 토지주에게 다른 땅을 사도록 해서 바꿔줍니다. 이전부터 대장동에 눈독을 들였던 남욱 변호사나 정영학 회계사는 환지 방식으로 개발 사업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당시 성남시나 공사는 수용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들 일당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사가 환지 방식을 검토하게 됐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17일 재판에서는 이 '출발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013년 12월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한씨를 불러 정 회계사의 사업제안서를 보여준 건데요. 당시 성남도공은 대장동·1공단 결합 개발을 해야 하니 수용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정 회계사의 사업제안서를 검토한 것을 '출발점'으로, 한씨는 환지 방식의 장점을 부각하는 자료를 여러 차례 작성해야 했습니다. 결국 당시 결론은 '사업자 지정시 추후 결정'이었는데, 이후 도공은 다시 '수용'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이들 일당이 수용 방식으로 결정된 사실을 공모 전부터 미리 알았다는 것, 수용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 것에 비해 공사의 수익은 한정시켰다는 것은 또 다른 쟁점입니다. 한편 한씨는 만약 지금 특정 업체의 제안서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는다면 "맞지 않는다"라고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특정 민간 사업자가 요구하는 사안을 공사가 사전에 검토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겁니다.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추가로 증거를 신청한 것을 두고 변호인과 검찰의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증인신문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너무 뒤늦게 증거를 신청했다며 변호인이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검찰은 많은 압수물 중 관련성을 따져 선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변호인이 기본적으로 검찰 의견서를 확인하고 검토해서 발언하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불똥은 괜히 증인신문사항이 적힌 프린트물에 튀었습니다. 검찰이 "컬러 프린트물을 항상 인원수보다 적게 준비하더라"며 "지적하시기 전에 변호사님의 재판 준비 과정을 먼저 생각하라"는 거죠. 변호인은 "속으로 서운해하면 오해가 생기는데 말해줘서 고맙다"며 "14부를 분명히 전달했으니 사무관님에게 확인해보시라"며 맞받았습니다. 재판은 오는 20일 이어집니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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