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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파업 한숨 돌렸지만...꺼지지 않는 '안전운임제' 불씨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 타결 후 업무에 복귀한 이후 부산 신선대부두 출입구 앞 도로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많은 화물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중단했지만, 급한 불을 끈 화주들은 여전히 볼멘 표정이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고용주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한 최저임금제처럼, 수출입 컨테이너나 시멘트 화물 등을 운송하는 차량에 지급하는 최저임금을 규정한다.

2020년 도입한 이 제도는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법안의 효력이 사라지는 방식(일몰제)인데 그 기한이 올 12월 말이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4일 안전운임제 일몰 시점을 연장하면서, 얼마나 연장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기본 물류비 증감 비율. 그래픽 박경민 기자

안전운임제 연장에 경제계 줄줄이 ‘유감’
차주와 화주가 직접 운임을 교섭하는 대신 중간에 낀 운송·알선사업자를 통해 일감을 따오는 화물 운송 생태계를 감안하면, 화물 노동자의 생계를 위해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화물연대 측의 입장이다.

반면 경제계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2020년 이래 화주의 물류비 부담이 급증했다는 입장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주가 부담해야 하는 물류비는 컨테이너별로 25.4~27.2% 늘었다”며 “여기에 중량물할증·위험물할증·특수컨테이너할증 등 다양한 할증 조항이 추가로 붙으면서 70~80%까지 물류비가 급증한 기업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류비 인상의 여파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크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발표한 ‘기업물류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물류비 중 화물차가 실어 나르는 도로운송비 비중은 중소기업이 85.6%로 대기업(61.8%)보다 컸다.
경북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3문에서 제품이 출하되고 있다. 포스코는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자 이날 제품 육상 운송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불어난 물류비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화주 측 주장이다. 수요·공급 등 시장 원리에 따라 운송비가 책정되는 대신, 정부가 일률적으로 운임을 정해주기 때문이다.

이준봉 한국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도로운송비가 10% 상승하면 기업 이익은 0.34% 감소한다”며 “올해 화주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물류비를 감당하지 못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도입 전후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 비교. 그래픽 박경민 기자

물류비 인상 여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커
물류비 급증이 예상되는데도 애초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화물 운송 종사자 근로 여건을 개선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차 교통사고와 과적·과속이 줄고, 화물차주의 수입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적용 업종·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화주들은 제도 도입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전(2019년) 대비 제도 도입 이후(2020년) 사업용 차 교통사고 건수는 2.3%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19% 늘었다. 화물연대는 전자에 주목하지만, 화주는 후자를 강조한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정부가 최저요금을 정해준다고 운전자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제도 도입 시점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화물차 물동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안전운임제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되면서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 트럭(레미콘차)들이 콘크리트를 싣기 위해 주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주들은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방식도 불만이다. 화물자동차의 안전운임은 국토교통부 산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 화주들은 이 위원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유한다.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3명), 차주(3명), 운수사(3명)로 구성하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측(화주)보다 운임을 지불받는 측(차주·운수사)의 인원이 2배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홍보협력팀장은 “현행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운임을 지불하는 측과 지불받는 측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기존 안전운임제는 일단 일몰시키고, 노사가 새로운 틀을 마련해 새로운 제도를 논의해보는 것이 화주 측의 요구다. 기존 안전운임제의 범위·시기를 확대 적용하자는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과는 차이가 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호주도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가 막상 시행해보니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폐지한 전례가 있다”며 “한국도 부작용이 많은 안전운임제는 폐지하고, 화주·차주 간 상생을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희철(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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