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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경제는 전문가" 외치더니…'모피아 전성시대' 만들었다 [우석훈이 고발한다]

그래픽=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인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역·성별 불균형과 검찰과 경제 부처 출신들의 요직 차지 탓에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과 함께 검피아·모피아 연합 정부라는 비아냥까지 나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편중 인사를 우려합니다. 노정태 작가는 지난 14일 칼럼에서 단순히 주요 직책을 맡은 검사의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비판하기보다 개개인의 능력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잇따른 검사 중용의 문제를 지적한 권경애 변호사의 글에 이어 오늘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요직 독점 현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우석훈 교수의 글을 소개합니다.
윤석열 초대 내각을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는 모피아(모프·MoF+마피아)라는 합성어가 처음 등장한 건 박정희 정부 때 일이다. 당시엔 이피비(EPB)라 불렸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Ministry of Finance)가 경제 부처의 양대 축이었는데, 이피비 사람들이 재무부를 견제하면서 이런 용어를 썼다고 한다. 용어만 봐도 알 수 있듯 박정희 시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을 이끈 이피비와 모피아는 견제 관계였고, 자연스레 균형을 이뤘다. 이 균형이 깨진 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이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경제 계획'이 선진국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부처를 하나(재정경제원)로 통합했다. 뜬금없이 옛이야기를 하는 건 바로 여기서부터 지금 한국 경제의 적잖은 문제가 파생됐기 때문이다.

경제 관료를 비판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두 용어가 밀실 행정과 관치 금융이다. 밀실 행정이 관료와 기업의 불투명한 관계를 비판하는 조어라면, 관치 금융은 금융회사와 금융 시스템을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재무부 라인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누가 권한을 갖는 자리에 갔느냐, 다시 말해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런 문제의식이 모피아라는 단어에 녹아있는 셈이다.
공룡 기재부 등장에 사라진 견제와 균형
지난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인왕실에서 경제5단체장들과 오찬을 하며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희범 경영자총협회 회장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모피아를 견제할 필요성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줄곧 제기돼 왔지만 아예 정권 차원에서 대놓고 시도한 건 이명박 시절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일본의 곳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대장성을 전격 해체한 고이즈미 개혁을 모델로 삼았다. 비대해진 재정경제부의 금융 집행기능을 떼어내 금융위원회로 독립시키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을 금지했다. 그렇게 개혁을 마무리 지었더라면 이명박 정부가 경제 민주화에서는 한 발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경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 기획예산처를 여기 붙여 통합해서 만든 게 지금의 기획재정부다. 금융 업무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 대신 예산에 관한 엄청난 권한과 함께 공기업 평가 등 공공부문 전반에 관한 관리 업무까지 맡았다.

한마디로 지금의 기재부는 예산과 공공부문까지 전부 틀어쥔 거대 부처가 되었고,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기재부 외청처럼 움직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아닌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기재부 출신을 선호한다. 예산을 받고 산하기관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업 활동을 총괄하는 산업자원부에 모피아 출신 장관(윤진식)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니 다른 부처는 어지간해선 기재부 방침에 어긋나는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문재인 정부 시절 정세균 총리의 발언)는 탄식이 종종 흘러나오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시대 역행하는 모피아 전성시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 사전 환담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모피아 견제는 김대중·노무현도 못했고, 문재인 정부는 아예 정부 직제개편 시도조차 안 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모피아는 우리가 잘 견제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정 전 총리의 탄식만 봐도 이런 안이한 인식이 실패로 끝났다는 걸 알 수 있다. 윤석열 시대는 어떻게 될까?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제는 전문가에게”를 반복했다. 그렇게 맡긴 집단이 모피아다. 한덕수 총리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까지, 총리실이 추경호 경제 부총리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한 몸이 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마찬가지다. 관세청장과 조달청장뿐만 아니라 심지어 보건복지부·문체부 등 주요 부처 차관 인사에도 모피아 출신들이 다수 포함됐다.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검찰 공화국이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모피아 전성시대를 맞게 될 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개발독재 시대에는 위에서 결정하고 아래서 따라가는 걸 효율적이라 했지만, 이제 한국 경제는 규모가 커져서 그렇게 간단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 그걸 경제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그런데 모피아 경제에서는 과정이 은폐되고 생략된다. 모피아들은 신자유주의 성향이 너무 강한데, 그렇다고 시장주의적이진 않다. 지난 문재인 정권이 수소 경제를 밀실에서 강행할 때 보았듯이 기술 문제에 대해선 또 지나치게 전문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일단 기재부가 하기로 마음먹으면, 다른 부처나 전문가들은 한 마디 의견도 꺼내기 어렵다. 공기업 생사와 연결돼 있는 기관평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연구용역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어서다. 자신들이 만든 예비타당성 평가제도가 부적절하게 완화되는 과정에서도 모피아들은 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다 하다 국회 수장도 모피아 출신이 하게 된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경기도지사 김동연도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전형적인 모피아다.
지난 2012년 진영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안종범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과거 군인들이 정권을 잡아 계획경제·관치금융으로 키워낸 ‘경제 괴물’들이 검사 시대를 만나 경제 버전 ‘앙시앙 레짐(구체제)’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혁신과 창조가 키워드인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 이건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국민은 물론이고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공무원의 의식에도 안 맞는다. 검사들과 어울리는 ‘올드 보이’ 모피아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리그라니. 과연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일본이 대장성을 해체한 것처럼 한국도 최소한 예산 업무 정도는 기재부에서 떼어내서 지금의 무소불위 경제 공룡을 견제해야 한다. 경제의 실패는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선출되지 않은 경제 권력의 집중, 그것도 밀실 행정에 익숙한 관료 엘리트주의가 우리를 엉뚱한 곳으로 인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던 시절이 지난 세기의 일인 것마냥 아득하게 느껴진다.
일본식 '관료주의 덫' 우려
한국 경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이런 시대 흐름과 거꾸로 인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극도로 한 곳에 집중된 지금의 모습은 결국 정치와 언론이 견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기 동네 민원처리용인 쪽지 예산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여야 모두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된다. 언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방식을 버리면 된다. 그래야 예산 추계가 수십 조원씩 틀리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비슷한 무리끼리 어울리는 동종교배의 폐해가 두렵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분권과 견제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민주화 시즌 2’에 대한 고민이 모피아 전성시대인 지금 꼭 필요하다. 검사가 모피아에게 넘겨주는 하청 경제, 그렇게 하다가 한국 경제가 결국 일본이 빠지게 된 ‘관료주의의 덫’에 갇히게 될까 걱정된다.



우석훈(c_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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