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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제재에 가스관 못 고친다" …獨에 보내는 가스 40% 감축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독일로 수송하는 천연가스를 40% 줄였다. 서방의 대(對)러 제재로, 가스관의 고장난 부품 수리와 수송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독일의 가스 공급량을 40% 감축했다. 연합뉴스

대러 제재로 수리된 터빈 러시아로 반입 불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MT)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독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양을 기존 하루 1억6700만㎥에서 1억㎥로 줄였다. 가스프롬은 트위터를 통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서 사용하는 터빈이 고장났고, 수리를 위해 외국에 보낸 터빈이 제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터빈 제작사는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다. 해당 터빈은 캐나다 전문업체에서 제작해 2009년 러시아로 넘겨져, 작동한 지 10년이 넘었다. 지멘스에너지 측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전문시설에서 터빈 수리를 완료했지만 캐나다의 대러 제재로 인해 가스프롬으로 반환하는 것이 현재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130km 떨어진 냐스비주 인근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의 가스 압축소에서 한 근로자가 파이프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스프롬은 터빈 반환이 지연됨에 따라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계속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멘스에너지 본사 관계자는 “캐나다와 독일 정부에 상황을 알렸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 NYT에 전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의 비보로그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로 연결됐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주요 수송로다. 수송 용량은 연 550억㎥에 달한다.

지난해 독일과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수송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비슷한 노선을 따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완공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독일이 폐쇄했다.

가스프롬은 15일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회사 에니(Eni) 측에도 가스 공급량을 전날 대비 15%가량 줄이겠다고 통보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감축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니의 한 관계자는 가스프롬의 가스 공급량 감축 사실을 인정하면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수출항 화재…유럽 천연가스 확보 악재
미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수출로에도 비상이 걸렸다. NYT는 미국의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항인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 터미널에 지난 8일 플랜트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부분 재가동까지 90일이 걸리고, 정상가동은 올 연말까지 불가능한 상태다. 유럽은 전체 LNG 수입량의 약 10%를 프리포트 LNG 터미널에서 들여왔다.

유럽의 천연가스 확보에 악재가 겹치자, 14일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h)당 97유로까지 16% 급등했다. 이는 3월 최고치에 비하면 절반 정도지만, 전년 대비 5배 급등한 가격이다.

다만 NYT는 두가지 악재로 인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즉각적으로 연료가 고갈되는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름은 난방용 가스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계절로, 유럽은 통상 이 시기에 재고를 비축해 겨울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미국 택사스주 프리포트 LNG 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에너지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천연가스 공급 안전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내년 겨울 에너지 고갈 위기를 막기 위해 천연가스 비축량을 전년 대비 10% 증가한 52%로 늘린 상태다.

위기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타인 디렉터는 “유럽 내 급박한 공급 문제는 없다”면서도 “러시아 가스프롬의 이번 행동은, 유럽이 내년 겨울에 사용할 충분한 가스를 비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켜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가격 급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사 셸 에너지, 덴마크 오스테드 등에 이달 1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폴란드·불가리아·핀란드·네덜란드에 러시아 가스 공급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박형수(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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