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사위, 고맙네" 당구 캄보디아댁 부친의 합장인사

“‘나이 많은 사위’와 ‘한국’이 ‘당구 캄보디아댁’을 키웠죠.”
당구 선수 스롱 피아비(32)의 부모인 찬 스롱(51)과 석 젠털(50) 부부가 캄보디아식 합장 인사를 하며 말했다. 피아비와 그의 부모를 15일 충북 청주시의 사천 가브리엘 당구클럽에서 만났다. 캄보디아 출신인 피아비는 2010년 국제 결혼으로 한국에 와 ‘코리안 드림’을 이뤄냈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당구 LPBA에서 2차례 우승해 상금 7940만원을 챙겼다.

피아비는 지난달 캄보디아에 가서 부모님을 모셔왔다. 피아비는 “제가 시집 온 지 10여년 만에 한국에 처음 오신 것”이라며 “엄마가 평소 어지러워 했는데 캄보디아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못 내렸다. 한국에 모셔와 치료해 드리고 싶던 꿈을 이루게 됐다. 소속팀 블루원엔젤스 구단주(윤재연 블루원 대표이사)가 건강검진비를 지원해주셨다. 또 충북대학교 병원에서도 진료에 도움을 줬다”고 했다.
![피아비 부모님은 최근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사진 피아비]](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6/17/93c46d17-4a76-4592-8dc3-e6cbd782acdc.jpg)
피아비는 “엄마는 목에 결석 같은 게 나왔다. 튼튼해 보이던 아빠는 엄마보다 2배 더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했다. 캐슈넛과 감자 농사일을 하며 최근 4~5년 정도 힘들어하셨는데, 심장 쪽에 이상이 있어 시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분 다 눈도 안 좋다”고 말했다.
찬 스롱은 “캄보디아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1시간은 가야 큰 병원이 있다. 의사 숫자가 부족해 번호표를 뽑고 오래 기다려야 하고, 약이 없을 때도 있다”며 “반면 한국 의사는 빨리빨리 잘 해주고 의술과 기기도 좋다. 캄보디아도 한국처럼 의료가 발달하면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석 젠털은 “외국인은 보험 적용이 안돼 돈이 많이 들텐데, 한국에서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동을 받았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한국 생활 12년차인 피아비가 부모의 캄보디아어를 통역해줬다.
![피아비 부모는 충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피아비]](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6/17/6403d607-f282-42d5-a353-5827c5264ca5.jpg)
피아비는 2010년 청주시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던 김만식(61)씨와 결혼했다. 이듬해 남편을 따라간 당구장에서 처음 큐를 잡았다. 그날 남편이 사준 3만원짜리 큐로 인생을 바꿨다. 김씨는 피아비가 프로 전향 전에 대회 출전비가 30~40만원씩 드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석 젠털은 “시집 보내고 처음 몇 년간은 걱정했다. 캄보디아에서는 포켓볼만 알려져 있는데, 딸이 스리쿠션 선수로 유명해질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호적상으로 ‘장인’ 찬 스롱은 ‘사위’ 김씨보다 10살 정도 어리다. 찬 스롱은 “캄보디아에서는 나이 차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옆에서 딸을 잘 챙겨준다. 피아비가 이렇게 잘 될 수 있었던 것도 당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100% 다 해주려고 해서 캄보디아 지인들이 (사위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어 “피아비는 당구 연습을 해야 해서 (사위랑) 아내랑 셋이 바다 낚시를 간 적도 있다. 휴대폰 번역 앱으로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호칭을 묻자 찬 스롱은 “날‘아버지’라 부르는데, 생각해보니 난 따로 호칭을 불러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김씨가 캄보디아에 올 때 장인이 좋아하는 인삼을 사온다고 한다.

피아비는 “캄보디아에는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도와 달라는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난 상금을 모아 캄보디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게 목표인데, 남편이 현재 캄보디아에 머물며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한국의 다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한 피아비는 지난달 조계사에서 조계종 올해 불자대상을 수상했다. 행사를 따라간 석 젠털은 “캄보디아도 불교 국가인데, 피아비가 큰 복을 받았다”고 했다. 비 시즌에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타워 등을 보러 다닌 피아비는 “아빠는 이제 김치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캄보디아에서는 민물고기만 먹는데, 엄마는 보리굴비를 맛있게 드셨다”며 웃었다.
피아비는 블루원, 건자재 기업 에스와이, 동아제약에서 후원을 받는다. 찬 스롱은 “캄보디아 사람들은 박카스(자양강장제)를 정말 많이 먹는다. 나도 피곤할 때 마시면 잠이 깬다”며 웃었다.
![한국 관광을 즐기는 피아비 부모님. [사진 피아비]](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6/17/f601f70a-ca17-4afa-a69a-f3380e9f9540.jpg)
피아비 부모는 캄보디아에서 35년 된 낡은 나무집에 살고 있다. 피아비는 “2019, 20년부터 상금을 받기 시작했다. 어제 캄보디아에서 엄마 아빠 차를 샀다. 오토바이를 타고 멀리 다녀 위험했는데 이제 편하게 다니실 수 있게 됐다”며 “엄마 아빠. 좀만 더 기다려. 지금은 돈을 많이는 못 벌지만, 당구로 유명해져서 더 좋은 딸이 될게”라고 했다.

피아비는 20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릴 2022~23시즌 LPBA 챔피언십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석 젠털은 “난 캄보디아에서도 딸 경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차마 못 보고 소리만 듣는다. 남편은 영상으로 피아비 경기를 보면 일주일간 몸살을 앓는다. 땀을 많이 흘려 머리가 다 빠졌나 보다(웃음). 남편은 딸이 이기면 ‘불꽃이 터지는 기분’이라고 하고, 지면 밥도 안 먹고 누워있다”며 웃었다.
.피아비는 “예전에는 공을 힘들게 쳤는데, 요즘은 하나하나 공의 원리를 깨고 있다. 엄마 아빠가 처음으로 제 공식 경기를 관전하는데 꼭 트로피를 선물하고 싶다. 목숨 걸고 해야죠”라고 말했다.
박린(rpark7@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