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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장비 확보하라, 네덜란드 날아간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른쪽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진 삼성전자]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와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경영진을 연이어 만났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사활을 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면담했다. 뤼터 총리는 차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만난 건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뤼터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해 양국 간 반도체 협력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를 삼성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부회장은 이후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과 2019년, 2020년에도 ASML 경영진을 만났다. 삼성전자는 ASML 지분 1.5%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EUV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과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두 회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EUV 장비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최첨단 필수 장비다. ASML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50대 안팎에 그친다. 찾는 곳은 많은데 공급이 달려 업체 간 쟁탈전이 치열하다.

최근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글로벌 반도체 부품·장비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ASML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베닝크 CEO는 “적어도 2년간은 EUV 장비 등의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ASML 공장 일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당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번 화재로 약 12~18개월인 ASML의 EUV 장비 리드 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올해 EUV 장비 55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 중 삼성전자는 18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품 부족과 화재의 영향으로 제때 장비를 납품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이어지는 재판 등 여러 제약에도 이 부회장이 직접 ASML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선 ASML이 2025년 출시 예정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 도입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한다. 기존 제품보다 더 미세한 반도체 공정이 가능토록 하는 장비다. 앞서 인텔은 2025년 이 장비를 5대 도입하는 계약을 ASML과 맺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를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태윤(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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