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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트럼프 통화유출 외교관, 대법 결정 넉달뒤에야 발령

2019년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국회의원에게 유출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외교관 A씨가 15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연구부 업무지원 담당으로 보임됐다. 지난 2월 대법원이 A씨가 제기한 파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공무원으로 복직한 이후 약 4개월 만의 인사 발령이다.

A씨가 맡게 될 업무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분야라고 한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등 역내 외교 이슈가 많아지며 관련 연구 부서의 인력 수요가 늘었고, A씨가 외교관으로서 쌓아 온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인사 조치다. 또 복직 판결 뒤에도 지나치게 오랜 기간 무보직 대기 상태가 이어진 상황을 해소할 필요성도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발령이 정부 교체 이후에야 이뤄진 점을 주목한다. 대법 결정까지 나온 이상 이전에도 얼마든지 직위 부여가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A씨 사건에 강경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기류 등이 사실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A씨에 대한 직위 부여는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논의가 시작돼 약 한 달 만에 발령까지 마무리됐다.

文 격노에 속전속결로 '파면'
A씨는 2019년 5월 3급 기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국회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돼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A씨가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등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중 일부를 강효상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유출했을 당시 청와대는 즉각적인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직접 국무회의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으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격노에 외교부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A씨의 기밀누설 혐의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규정하며 “용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조세영 전 외교부 1차관도 “있을 수 없는 범법행위”라고 질책했다.

대통령과 장관, 차관에 이르기까지 한 목소리로 A씨를 ‘기밀 누출범’으로 기정사실화했고, 외교부는 징계위를 열어 비밀 엄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 결정을 내렸다.


"파면 집행 정지" A씨 손 들어준 대법원
A씨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일부 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내용을 ‘기밀’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에 불복해 법원에 파면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판결 전 일단 파면 징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7월 “파면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A씨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외교부는 이에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했지만,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까지 지난 2월 최종적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우여곡절 끝에 복직과 인사 발령까지 이뤄졌지만, 법적 다툼이 종결된 건 아니다. 외교부가 A씨를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고, A씨가 제기한 파면 처분 취소 소송도 남아 있다.

이 중 파면 처분 취소 소송의 경우 이르면 오는 8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A씨 측은 외교부 징계위원회에 관련 법령상 자격이 없는 징계위원이 참여하는 등 징계 과정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파면 처분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우(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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