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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칼럼] 27년 체제를 위한 제언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된지 200년도 안 되어 세계 1위의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이 비슷한 크기의 캐나다와 러시아, 그리고 브라질에서 이루지 못한 세계 초일류 강국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그들은 미래의 문제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영국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지 않았고 미래의 미국을 위해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해냈다.

미국이 독립하던 당시 전 세계는 왕정 국가였다. 미국은 절대 군주가 독점하고 있던 왕권을 서로 견제와 균형을 하는 행정, 입법, 사법으로 나누고 선거에 의한 대통령제를 만들어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4년 연임을 하고 나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을 때 부하들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어떻게 왕이 8년만 하고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만약 물러난다고 하면 아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지를 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왕정만 알고 있던 부하들은 자식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동료 제퍼슨이나 애덤스에게 국가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워싱턴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제를 미국은 창조했고 이제는 삼권분립과 함께 대통령제가 전 세계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국가운영 체계가 되었다.
미국의 힘은 새 시스템 창조 능력
갈등심화 양당 단원제 국회의 한계
2027년 새 정치시스템 만들어야
원로원 미래원 포함 삼원제 국회로

이뿐 아니라 미국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달 탐험을 위해 NASA를 창조했고, 이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 문명사를 이끈 신기술들을 창조해냈다.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세계의 기술과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미국은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만든 연합국가이지만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로 국가통합을 이루었다. 이처럼 미국이 세계 1위 국가가 된 이유는 끊임없이 사회문제를 새롭게 해결하는 창조능력이었다.

1962년 제 3공화국으로 시작된 군사정부는 전두환 정부에 이르기까지 25년간 고도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국민의 자유는 억압한 독재정권이었다. 이제 시민혁명으로 87년 체제를 탄생시킨지 35년이 되었다. 그동안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정치는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앞선 모든 정부가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지만 여야간 대립은 갈수록 극심해진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여야 정권 교체가 빈번한 것을 보고 민주주의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정권 교체는 매 정권마다 실망과 배신감의 결과에 불과하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한달 간의 행보는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확실한 차별성은 보인다. 이런 윤 대통령이 성공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으려면 우리 정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양당제 국회는 협치도 불가능하고 편가르기와 갈등조장만 더욱 격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안은 윤 대통령이 임기 초에 27년 체제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다음 총선이 끝난 다음 개헌을 통해 우리의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로마는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대표인 민회뿐만 아니라 원로원을 두었다. 이처럼 많은 나라에서 양원제를 채택한다. 단원제 의회가 일방적이고 과격한 입법을 통해 독주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상원과 같은 원로원을 두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조약 비준 권한과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 승인권을 상원만 갖고 있다. 하원의 세입법안에 대한 심의뿐 아니라 하원에서 의결된 안을 거부할 권한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도 갈등과 분열을 벗어나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새로운 27년 체제에서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회 각계를 대표하고 정치원로들이 참여하는 상원에서 하원의 양당제로 인한 치열한 다툼과 승자독식의 입법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상원 하원 양원제(bicameral)를 넘어 미래원과 같이 미래문제는 미래세대가 결정권을 갖는 삼원제(tricameral) 국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각국은 세대 간에 사회경제적 불균형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연금, 의료보험 등 미래세대에 짐을 떠맡기는 법안들을 포퓰리즘 의회는 여과없이 통과시키고 있다. 작년에 신생아 출산이 27만명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올해에도 43조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을 집행한다. 이 돈이면 신생아 1인당 거의 2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해도 된다. 기성세대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으로 무책임한 예산만 낭비하기보다 미래의 문제는 미래원의 국회의원이 푸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 40세 이하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는 국회의 미래원이 저출산, 육아, 교육, 청년실업, 연금 및 건강보험 개혁 등 자신들의 미래 문제에 대해 법안을 발의하고 양당 중심 하원 의원들이 통과시킨 관련법안도 이들의 인준을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21세기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 100세 장수 시대에 세대를 뛰어넘는 사회문제를 삼원제 국회에서 해결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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