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치' 여야에 국회법 뇌관까지…尹대통령 가세로 전선 확대
'극한대치' 여야에 국회법 뇌관까지…尹대통령 가세로 전선 확대與 반발에도 野 법안 강행 조짐 vs 윤대통령 거부권 시사까지
"정부완박, 위헌소지" vs "권성동도 찬성했던 법"…강대강 대치, 정국경색 우려도
'배신의 정치' 트라우마 법안…野 지도부는 "공식논의 아냐" 신중론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홍준석 기자 = 국회 원 구성 문제로 극한대치를 이어가던 여야 간 전선에 급작스럽게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뇌관이 더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국회 패싱'을 막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위헌소지가 많다"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이 국회법 공방으로 한층 경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반헌법적" vs "권성동도 찬성"…윤대통령까지 가세하며 확전일로
조 의원이 추진하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으로 입법부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및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 의원은 현재 법안을 공동발의할 의원들을 찾고 있으며 이르면 이날, 늦어도 이번주 중에는 해당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자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주장만큼이나 반헌법적"이라고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까지 이날 해당 법안에 대해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보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만일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거부권은 대통령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거부권 문제까지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이번 법안이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라는 점을 드러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권의 반발에도 민주당 내에서는 이대로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법안을 발의한 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행정부가 정하는)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이 자꾸 모법을 위배하게 되면 국회의 입법 권한이 침해되는 것 아닌가"라며 "삼권분립이라는 법치주의의 가장 큰 기초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의원은 "2015년 이 법과 거의 유사한 '유승민 국회법 개정 파동' 당시 권성동 의원도 이 법에 찬성했고,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지지하고 옹호했다"며 권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강병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통령 한동훈'을 위해 제멋대로 시행령을 뜯어고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어준 것이 누구냐. 윤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인사정보관리단이야말로 위헌 조직"이라며 "국회가 정당한 권한 행사를 위해 정부 독주를 막겠다는 것을 두고 위헌이라고 하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로 정국의 실타래가 더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국회 원 구성 문제, '청문회 패싱' 문제의 해법을 여야가 좀처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 충돌로 강대강 대치가 한층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배신의 정치' 트라우마 있는 법안…野 지도부도 신중론
다만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이 사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만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법안은 지난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합의했다가 파문을 일으킨 법안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적잖은 '트라우마'를 남긴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유 당시 원내대표 역시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유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 등의 표현을 쓰며 강도높게 비난했고, 유 당시 원내대표는 결국 원내대표 자리에서 사퇴했다.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집권여당 원내대표직 사퇴 등을 불러온 휘발성 있는 사안을 민주당이 무조건 강행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이어나갈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해당 법안에 대해 "개인 의원의 법안이며 아직 발의도 되지 않은 법안"이라며 "당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야당의 존재감을 발휘하기에는 국회법 개정안이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지도부의 신중론과 별개로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안 처리가 강행될 가능성도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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