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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단추 앞에 둔 김정은...'한ㆍ미의 시간'엔 내부 기강 잡기

북한이 7차 핵실험 관련 '잠시 대기'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숨가쁘게 이어지는 한ㆍ미 간 외교 스케줄을 의식하며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는 분위기인데, 결국 핵심 변수는 날씨 등 물리적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12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핵실험시 준비된 공동 대응
이달은 '한ㆍ미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각급에서 양국 간 협의가 활발하다.

한ㆍ미 및 한ㆍ미ㆍ일의 북핵 수석대표(지난 3일, 서울), 차관(8일, 서울), 국방장관(11일, 싱가포르)이 연이어 머리를 맞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도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다.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로 한 만큼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약 한 달만에 한ㆍ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다.

북한으로선 핵실험이라는 최고강도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ㆍ미의 시간'을 파고드느냐, 혹은 한ㆍ미의 외교 이벤트가 한창인 시점은 피하느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극적인 효과를 노리려면 전자를 택할 수 있지만, 최고조로 높아진 대북 경계 태세가 부담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시 즉각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하고, 유사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할 준비도 마쳤다. 한·미가 실시간으로 공동대응할 계획이 이미 마련돼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내셔널몰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한 뒤 특파원들과 만난 모습.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이를 의식해서인지 북한은 최근 한ㆍ미 공조가 한 템포씩 쉬어가는 타이밍을 골라 도발하며 '간 보기'를 하는 추세다.

북한은 지난달 20~24일 바이든 대통령의 한ㆍ일 순방 내내 잠잠하게 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귀국길에 올라 미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착륙하기 직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지난 2~5일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때도 김 대표가 모든 협의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몇 시간 전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했다. 이날은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ㆍ미 연합훈련(2~4일)이 끝난 직후이기도 했다.

지난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강화 논의를 지켜보다, 폐막 당일인 12일 방사포를 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하는 북한이 방사포 도발로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며 한ㆍ미의 대응 수위를 점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부 기강 잡는 김정은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기강 잡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8~10일 사흘에 걸쳐 당 전원회의를 마친 뒤 이틀만인 12일 당 비서국 회의를 또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내 규율준수 기풍을 세우고 간부들의 '비혁명적 행위'에 강도 높게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코로나19와 대외 긴장 고조 등 안팎의 과제를 앞두고 내부 기강 해이를 강하게 다그치는 모습이다.

핵실험 전에 먼저 지난 4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가 끝났다고 공식 선포, 민심 동요 가능성부터 잡아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선 당 전원회의에서도 핵실험 및 대미ㆍ대남 언급은 자제한 채 "방역사업에 내재하고 있는 결점들과 폐단들을 시급히 퇴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발표만 놓고 보면 외형상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이런 발표 추세가 계속된다면 북한이 6월 중에 코로나 위기가 해소됐다고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스1.
날씨 등 물리적 변수 관건
일각에선 북한의 핵실험 일정을 좌우할 막판 변수는 결국 날씨 등 물리적 요인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4년여만에 '모라토리엄'을 깬 뒤 처음으로 감행하는 핵실험인 만큼 전 과정이 완벽해야 하는데, 기상 상황 등 조건이 애매해 자꾸 미뤄지는 거란 관측이다.

지난 9일부터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인근은 대체로 흐리거나 이따금씩 비 예보가 있었는데, 핵실험에 쓰이는 계측 장비 등은 습도에 워낙 민감하다. 우천 시 방사능 물질이 빗물로 인해 지표 아래로 스미거나 하천으로 유입될 우려도 있다.


이러다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 경우 핵실험이 아예 가을쯤으로 미뤄질 수 있단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앞선 여섯 차례 핵실험은 모두 장마철인 6~8월을 피해 이뤄졌다. 직전인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때도 같은 해 3월부터 "풍계리에 약 100명이 도열했다"(38노스) 보도가 나오는 등 당장이라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듯한 위기감이 감돌았지만, 그 해 가을에야 핵실험이 이뤄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역대 6차례의 핵실험은 봄(1회), 가을(3회), 겨울(2회) 중이었으며, 모두 건조하고 화창한 날 오전에 감행했다"며 "비가 자주 내리고 동남풍이 불어 방사능 확산 우려가 있는 여름보다 가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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