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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프로페셔널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아.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올 2월 발매된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 일부다. 이번에도 특유의 랩인지 노래인지 모를듯한 창법으로 가사를 읊조린다. 목소리는 무덤덤하다. ‘세상에 부러움이란 걸 모르는 놈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라는 내용이다. 허세 같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일단 귀를 기울여보기로 한다. 장기하의 노랫말은 귀에 착착 감긴다.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말의 리듬을 잘 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장기하만큼 뛰어난 ‘가사 전달력’의 소유자를 발견했다. 에버랜드 대표 놀이기구인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아르바이트생 김한나(23)씨다. 김씨 영상은 유튜브에서 180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속사포로 안내 멘트를 쏟아내는데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옷, 머리, 신발, 양말, 신발, 양말, 머리 싹 다 젖습니다. 젖는 겁니다~ 젖습니다. 젖는 겁니다~ 젖습니다. 안 젖-을 수 없는. 여기는 아마, 아마-존.” 그의 영혼 없는 눈빛이 포인트다. 엇박자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리듬감도 돋보인다.
 
이런 김씨에게 ‘영혼(soul) 없이(less) 일하는 사람 중 최고(본좌)’라는 뜻의 ‘소울리스좌’란 별명이 붙었다. 김씨를 보고 프로의 경지를 넘어 통달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4년 차 알바생인 김씨는 “한 달 동안 계속 말을 열심히 내뱉었던 것 같다”며 “하루아침에 된 건 절대 아니다”고 말한다.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 안 되더라도 시도를 계속해보면 어느 정도 되더라고요”라고도 말한다. 에버랜드 n년차 아르바이트생의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노련미)’다. 장기하도 김씨의 영상을 봤을까.
 


감정이나 체력을 전부 쏟지 않는다고 해서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적정선을 지키는 것도 능력이다. 장기하와 김씨 모두 눈빛과 움직임은 건조하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편안하다. 노동과 업무도 마찬가지다. 숙련된 기술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면 된다. 장기하가 툭툭 내뱉듯이 노래를 부른다고 최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영혼이 없어지기 전까지 숱한 노력이 있었을 것 같아서.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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