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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사우디에 '언론인 암살' 추궁 접나…"관계 재설정" 타진

우크라 전쟁·유가 급등에 '산유국' 사우디로 접근 CNN "바이든, 울며 겨자먹기로 분노 거둬"

미, 사우디에 '언론인 암살' 추궁 접나…"관계 재설정" 타진
우크라 전쟁·유가 급등에 '산유국' 사우디로 접근
CNN "바이든, 울며 겨자먹기로 분노 거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미국이 치솟는 유가를 잡으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다가서려 하면서 양국 관계의 쟁점이었던 언론인 암살 사건을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미 CNN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고위 관료들은 사우디에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를 '재설정'(reset)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경제 파트너였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카슈끄지는 미 주요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으로,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되면서 양국 관계에서 쟁점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비판하며 사우디 왕족을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만들겠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미 국가정보국(DNI)의 기밀보고서를 공개해 사우디와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인권을 내세워온 바이든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정세가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이전과 달리 분노를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고 CNN은 전했다.
한 고위 관료는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양쪽 모두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측은 이런 분위기를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종결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며, 이런 입장을 미국에도 분명히 했다고 고위 관료들은 전했다.

이들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 등 OPEC 비회원 산유국을 합친 'OPEC 플러스'(OPEC+)가 지난주 원유 증산 계획을 밝힌 것도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선의 표시라고 간주한다.
OPEC+ 산유국 석유장관들은 지난 2일 정례 회의 후 배포한 성명에서 올해 7∼8월 하루 64만8천 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합의한 증산량은 기존 방침보다 50%가량 많은 양이다. 전달 증산량은 하루 43만2천 배럴이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 퀴니피액대가 지난 3∼6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3%에 불과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으로 꼽혀온 18∼34세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22%로 주저앉아 바이든 대통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제유가마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은 마땅치 않다.
거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석유 증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유가를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미국은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사우디가 미국의 편에 서야 한다.
미 행정부 한 인사는 "기록적인 국내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 어려운 경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며 "그들(백악관)은 불안하고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떠한 희망도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이 원칙을 저버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용서하거나 기억에서 지우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달 성사될 사우디 방문 때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직접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할 경우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인 하티스 젠기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기로 한 결정은 나는 물론이고 자유와 정의의 지지자들을 끔찍하게 화나게 한다"는 입장을 CNN에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최고위원들은 이번 주 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정부의 최고위층은 카슈끄지 암살에 책임이 있으며, 이는 빠져나갈 길이 없는 엄연한 진실"이라며 "우리는 이 끔찍한 범죄에 대해 정의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고 썼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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