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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지선 2연승에도 분란의 중심 섰다…이준석 '고난의 1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사진은 4월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영광의 순간에도, 분란의 위기에도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1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객관적 지표로만 보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 체제에서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최연소 제1야당 대표의 등장에 노쇠한 보수 정당의 이미지를 일정 부분 벗었고,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승리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일 한국갤럽 조사 기준 45%로 더불어민주당(32%)보다 13%포인트 앞섰다.(※자세한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등 참고)

이쯤 되면 “역대급 당 대표”라는 찬사가 쏟아질 것 같지만, 정치는 숫자로만 설명될 수 없다. 여당 내에는 이 대표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상당하다. 친윤 그룹에 속한 의원은 “대선에서 이 대표가 외려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 보는 캠프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보수 정당 수장으로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보다는, 분란을 찾아다니며 존재감을 부각했다고 박하게 평가하는 인사들도 꽤 있다.

따릉이 타고 토론배틀 파격…대선, 지선 2연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11년 6월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11일 20·30대 남성 팬덤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 초대 대표로 선출됐다. 단순히 젊은 남성만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여론조사를 크게 이겼고, 당원투표에서도 37.4%의 득표율로 나경원 전 의원(40.9%)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당원들이 쟁쟁한 중진 대신 젊은 피에 힘을 싣는 전략적 투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의 임기 초 키워드는 ‘파격’이었다.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처음 출근하고, ‘토론배틀’을 통해 대변인단을 선발하는 등 이색 행보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를 실시하고, 대선 과정에서 59초 분량의 ‘쇼츠 영상’과 ‘AI 윤석열’을 기획해 두각을 나타냈다. 지방선거 막판에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등 이슈 파이터의 면모도 과시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대표의 논쟁적인 행보 속에 당원은 증가했고, 호남 표심도 반응했다. 이 대표 취임 전 국민의힘 당원은 약 20만명 수준이었는데, 현재 80만명에 달한다. 특히 이 대표는 대선 당시 호남 지역 200만 가구에 윤석열 후보의 손편지를 전달하고, 지방선거 때는 광주 지역 구의원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되자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수습하는 등 구애를 폈다. 그 결과 전남·전북·광주에서 시·도지사 후보들이 처음으로 15% 이상을 득표하는 성과를 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껄끄러워하고, 대선과 지방선거 2연승을 이끈 당 대표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 분란 중심”…당 밖에선 민감 이슈 참전
2021년 12월 3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부터)와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성지원 기자

하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분란이 발생했을 때 열에 아홉은 이준석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2달 만인 지난해 8월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와 통화 녹취록 공방을 벌였다. “저거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원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정리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갈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받아쳤다.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30일에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을 공개 저격하며 당무 거부에 나섰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무실을 방문해 인증샷을 찍으며 도발하기도 했다. 결국 윤 후보가 울산으로 내려가 이른바 ‘울산회동’ 성사로 갈등을 봉합하긴 했지만, 당내에선 “일시적 봉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이 대표는 3주도 안 돼 선대위의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고 돌발 선언했고, 추경호 당시 원내수석(현 경제부총리)이 대표 사퇴를 결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윤 후보가 의총장에 깜짝 등장해 이 대표와 포옹하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친윤계 인사들과 이 대표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앞서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는 껄끄러운 관계인 안철수 후보 측과 연일 설전을 벌이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 대표의 모욕적 발언이 막판까지 단일화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친윤 그룹의 맏형격인 정진석 의원과 우크라이나 방문, 지방선거 공천 문제 등을 두고 격한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당내뿐 아니라 당 밖에서도 각종 민감한 이슈에 참전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역풍도 따라붙었다. 젠더갈등 국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앞세워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끌어냈지만, 20·30대 여성들의 반감을 사 양날의 검으로 돌아왔다. 대선 뒤 이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정면 비판한 것을 놓고도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 문제에 총대를 멨다”(당 관계자)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지만 “사회 갈등과 약자의 문제를 진중하게 짚어야 할 여당 대표가 아니라, 일회성 이슈를 쫓아다니는 평론가 같다”(당 중진의원)는 부정적 평가도 상당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일인 1일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방문, 개표 결과에 따른 당선 스티커 부착 세리머니 소감을 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임기가 1년 남은 이 대표는 최근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8일 방송 인터뷰에서는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겼는데 내려오라는 사람들은 정말 어이없다”고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성 상납 의혹’을 다루는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가 24일 전후로 판가름나는 데다가,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윤 그룹과의 균열이 다시 한번 노출됐기 때문에 이 대표의 입지가 그리 단단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과거 보수 정당의 대표가 주로 관리형이거나 보스형이었던 것과 달리, 이 대표는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끌어내는 독특한 캐릭터”라며 “혁신위원회의 공천 시스템 개혁을 놓고 불거질 당내 갈등이 이 대표 앞에 놓인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



손국희(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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