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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한동훈 띄우기'…1년반만에 바뀐 "별의 순간" 주인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수행원 보고를 듣고 있다. 뉴스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돌연 “별의 순간”을 또 거론했다.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화제에 오르자 “어떻게 국민의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 본인도 별의 순간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1월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는 평가를 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韓에 “국가 경영”거론한 김종인
독일어로 ‘운명의 순간, 결정적 시간(Sternstunde)’을 뜻하는 별의 순간은 ‘킹메이커’로 불린 김 전 위원장이 사용하면서 ‘대선 승리’나 '정치적 도약'을 의미하는 정치권의 관용어가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초대 내각에)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는 이가 한 장관 이외에는 별로 없다”며 “내가 항상 얘기하기를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국가를 경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장관이 가장 신선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유일한 참모로 한 장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듣기로는 한 장관이 검사 시절 수사 과정에서 상급자가 소신에 거역되는 얘기를 하면 전혀 그걸 수긍을 안 한다고 한다”며“그런 자세가 있다면 자기가 보기에 ‘이렇게 하시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거기에 동의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미완의 북방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22.5.4/뉴스1

尹혹평에 당내 ‘싸늘’…“흔들기”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한동훈 띄우기’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분위기는 냉소적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9일 통화에서 “원로면 원로답게 계시면 되는데, 대선 중간에 그만두신 뒤에도 계속 정권에 이런저런 훈수를 두니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말은 도리어 한 장관을 죽이는 것”이라면서 “장관 지명 때부터 지나친 주목과 야당 공격을 받다가 이제야 일을 좀 하려는데, 괜한 흔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1월 후보 시절의 윤 대통령과 ‘껄끄러운 이별’을 한 뒤 마음이 풀리지 않아 어깃장을 놓는다는 시각도 많다. 차기 주자로서의 한 장관 가능성을 조기에 거론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8일 “(윤 대통령이) 내가 보기에는 황홀경에 빠져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순간에 구름 위로 올라가 버린다”며 “구름 위에는 항상 태양이 떠 있으니까 항상 자기가 뭐든지 다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초선 의원은 “벌써 ‘황홀경’이라는 표현은 좀 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면서 “당내에는 ‘김 전 위원장이 최근 대통령 측에 뭔가를 제안했고, 그게 성사되지 않자 공개 비토 목소리를 높인다’는 이야기까지 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도 “여러 가지 미숙한 게 보인다”, “고도의 지혜가 필요한 데 그런 게 결여돼있다”고 윤 대통령을 혹평했다.

“이심전심”…정치 데뷔 미지수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별의 순간을 거론했을 당시 안철수 의원에 대해 “더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단일화로 한배를 탔고, 안 의원은 인수위원장을 거쳐 3선 의원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이 “(서로) 동의 안 할 수 있는” 관계로 지목한 윤 대통령-한 장관 사이는 몹시 견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수사팀에서 이들과 함께 일했던 변호사는 ”두 사람은 십수년간 합을 맞춰왔다. 정치인들처럼 직언을 주고받는다기보다는 이심전심으로 생각이 통하는 사이”라면서 “세부적인 사건 처리는 윤 대통령이 후배의 현장 판단을 믿어줬고, 수사의 큰 줄기는 한 장관이 선배 뜻을 따르는 방식으로 이견을 조율해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다만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정치권 기대는 분명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 장관 취임식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다”이라면서 “현재로서는 한 장관에 대한 중간층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서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받은 이날 한 장관 팬클럽에는 “당연한 결과”, “벌금이 너무 작다”는 글이 올라왔다.




심새롬(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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