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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팬덤정치에 쫄아 할말 못한다? 대통령 하면 안된다" [고정애의 직격 인터뷰]

고정애 논설위원
2년 전 현역 정치에서 물러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교장이 됐다.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에 맞춰 개교하는 ‘김대중정치학교’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사상·정치·정책·리더십을 가르친다고 한다. 1기생 50명을 선발했다는데 20여 명이 현역 의원이다.

8일 여의도에서 그와 만났다. 개교 준비로 분주한 그는 “이재명 의원이 신청하겠다고 했는데 하지 말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정치색을 우려했던 모양이다. 그는 근래 민주당 비대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2012년과 2014년 야당 시절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패배 등의 후유증을 성공적으로 수습해내서다. ‘겉은 장비(張飛), 속은 조조(曹操)’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민생과 통합의 김대중·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는 게 민주당 혁신의 알파요,오메가다. 강성 지지자만 국민이라는 생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했다.그는 DJ의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8일 여의도에서 “김대중ㆍ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는 게 민주당 혁신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말했다. 그는 15일 개교하는 김대중정치학교 학교장이기도 하다. 김현동 기자

-20년 집권론까지 나왔던 민주당이 연패(連敗)했다.
“지자체 선거에서 진 건 대통령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따지면 이유가 100가지도 넘겠지만 말이다. 대선에선 왜 졌냐. 그것도 수백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얘기 안 하는 거 한 가지만 하겠다. 촛불 혁명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탄핵한 것이다. 그걸 해결하는 방법에 총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소홀했다. 이명박·박근혜 10년의 모든 것을 지우려고(anything but 이명박·박근혜) 하니 오만과 독선이 됐다. 우리만 옳다는 원칙주의·교조주의적이 됐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긴 시간을 해서 국민이 지루해했다. 동력을 상실했고 개혁에도 실패했다. 이제 ‘너희들만 개혁해라’가 됐다. 국민을 무섭게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한 게 패인으로 거론된다.
“검수완박이란 조어(造語)를 추진하는 쪽(민주당)에서도 그 단어를 쓰던 데 말이 안 된다. 검찰개혁의 출발 자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테마였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하려다 실패해서 검찰에 의해 타살됐다는 자책감 같은 게 나도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없겠느냐. 나는 검찰개혁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지지하는 국민이 더 많다고 본다. 지금은 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공안정치’가 다가온다. 검찰총장 시킨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휘하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은 전부 검찰 출신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만 (공직에) 앉힌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검찰 공화국으로 간다. 더 큰 불행의 예고 같다. 발표 때마다 가슴이 섬찟섬찟하다.”

-지방선거 직전에 한 건 문제다.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잠깐 이기려고 편법을 쓰면, 나도 경험이 있지만(※그도 의장 막바지에 선거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강행처리를 도왔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은 편법이다. 그걸 쓰는 순간 꼼수가 되고, 꼼수는 국민이 판단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정당의 존립 의미가 없어져 망하는 거다. 그런 수순으로 갔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도 패인으로 거론된다.
“그건 잘못된 거다. 선거에서 지면 두 가지를 해야 하는데 하나는 성찰이고 하나는 미래에 대한 제시, 즉 변화와 혁신이다. 그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임지는 부분인데 누가 지느냐다. ‘모든 사람이 다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건 ‘모든 사람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Everyone’s friend is nobody’s friend)처럼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얘기다. 두 사람이 책임져야 했다. 후보와 당 대표다. 정치하려면 국민에 의해 다시 불리는 날까지, 안 하는 게 제일 좋고, 그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두 가지 착각이 있었다. 대선 끝나자마자 22일 만에 지자체 선거를 했다.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하다가 순서를 잃어버렸다. 박빙으로 졌기 때문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말을 만들었다. 한 표를 져도 민주주의에선 지는 거다. 빨리 인정하고 다음 작업으로 가야 했는데 그걸 생략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또 나오니 국민이 헷갈린 거다. 모든 게 그래서 생기는 혼란상이다.”

-이로 인해 친이재명·친문재인 내분이 심하다.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분당할 정도의 위기라는 말은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분당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회는 위기일 때 온다. 최소한도 이번에 집권한 당보다 (민주당이) 훨씬 역사와 전통이 빛나고 뿌리가 깊다. 반드시 집단 지성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는다. 국민을 믿는다. 당원을 믿는다.”

그는 비대위의 세 사람이 중요하다고 봤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과 평가위원장, 혁신위원장이다. 전대 준비위원장은 공정한 사람, 평가위원장은 이낙연 쪽 사람, 혁신위원장은 이재명 쪽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비대위원장 시절 문재인·안철수 사이를 중재하던 방식이다. 그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쟤 책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라며 “서로 헐뜯고 해봤자, 난파선 위에서 선장 되면 뭐하나”고 했다.

-이재명 의원이 전대에 나올 거라고 보나.
“전적으로 본인 판단에 달렸다.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하지 말라고 그럴 거다. 맞지 않는다. 불려 나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 여기서 너무하면 모든 ‘X 바가지’를 뒤집어써야 된다.”

-나온다면.
“너무 걱정할 게 없다. 나오면 붙어서 국민이 판단한다. 집단지성을 나는 믿는다.”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이 제기한 586 용퇴론에 대해선 당 안팎의 평가가 엇갈린다.
“그때도 내가 한 말이 있다. 비대위원장의 말 자체는 잘못된 게 하나도 없다. 다만 선거 1주일 전에 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세대교체론 자체에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5·16 쿠데타 직후에 김종필이 만든 말인데 최초에도 실패했다. 강물은 뒷물에 의해 저절로 밀려 나가게 돼 있다. 그 판단은 국민이 하고 역사가 한다.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2015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시절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던 모습. [중앙포토]
-새 비대위원장도 586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인 우상호 의원이다.
“(웃음)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한 사람이다.”

-민주당 내 586 다음 세대 의원들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헌법상 우리들의 대표다. 그걸 아니라고 하면 대의민주주의 부정이고 의회 무시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거기에 빠진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있다. 새로운 정치하려면 의회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대통령이 여당에 오더를 안 내리고, 합의해서 그냥 끌고 가게 하면 그건 멋진 대통령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그랬다. 여야의 합의가 다 나오면 어떤 경우도 다 따랐다. 지금은 정치가 죽기 직전이다.”

-민주당의 강성 팬덤 정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큰데.
“나는 팬덤 정치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미국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생긴 이래 큰 고민을 한다. 중요한 건 정치인의 태도다. 겁내고 졸아서 할 말, 할 걸 못한다는 건 잘못된 것이다. 정치인이 아니라 정상배다. 앞으로 그런 사람은 대통령 하면 안 된다.”

-170석 야당이란 걸 경험해본 적이 없어 전략적이 될 필요가 있겠다.
“당연하다. 서로 죽기 살기, 승자독식, 편 가르기, 이분법의 정치문화 체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하물며 한 정당의 주류·비주류 간에도 그런 싸움을 하면 되겠나. 상대를 적이 아닌 라이벌, 경쟁자로 봐야 한다. 난 선당후사(先黨後私)란 말을 안 쓴다. 선공후사(先公後私)다. 당보다 앞서는 게 공이다. 여소야대 속에서 야는 더군다나 성숙하고 집권경험이 있는, 5년밖에 못하고 뺏긴 이런 사람들이 통렬한 반성 속에 그걸 해야 한다.”

-후반기 원 구성이 안 되는데, 법사위원장 배분이 걸려있다.
“답은 딱 한 가지다. 대화해서 새 합의를 해야 한다. ‘아니 약속했잖아’ 하는데 약속은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때 먼저 깼다. (여당이) 진솔하게 속내를 얘기해야 한다. 그러면 여기도 대신 어느 위원회를 달라, 이렇게 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나.”

-박지원 전 대표가 양산에 갔던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까.
“전혀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의 원칙에 어긋난다. 양산에 가는 사람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간다. 문 전 대통령을 만날 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앞으로 정치적 꿈이 있소’란 차원의 뜻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대통령은 국민 통합, 국가경영 두 개로 평가받는데 곱셈(관계)이다. 국민통합이 없으면 국가경영을 아무리 잘하면 뭐하나. 빵점이다. 나는 청와대를 서둘러 나올 때 비판했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에서 벗어난 건 잘한 일이라고 했다. 도어스테핑도 잘한 일이다. 기자들하고 자주 만나는 건 국민과 만나는 거고, 야당과 만나는 건 반대했던 국민을 만나는 거다. (대화)하려면 야당과 해야 한다. 야당과 만나는 건 자기를 지지하지 않았던 50%의 사람들과의 대화다.”




고정애(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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