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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여성 치안정감 나왔지만…총경 이상 여성 간부 4.5%뿐

지난달 24일 경찰 인사에서 여성으로선 세 번째 치안정감이 배출됐다. 주인공은 순경 공채 출신으로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치안감)에서 10일 경찰대학장에 임명된 송정애(59) 치안정감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지난달 24일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5명. (왼쪽부터)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우철문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김광호 울산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장. 경찰청 제공
이금형·이은정·송정애 모두 경찰대학장 거쳐
경찰대학장은 앞서 두 명의 여성 치안정감 모두 거쳐 갔던 자리다.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은 1977년 여경 공채 2기로 입문해 첫 번째 여성 치안감(2011년)과 여성 치안정감(2013년)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는 치안정감 후보자 신분으로 제38대(2013년) 경찰대학장을 지냈다. 제46대 이은정 전 경찰대학장이 두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었다. 1998년 경사 특채로 채용된 그는 중앙경찰학교장을 거쳐 2019년 치안정감이 됐다.


1945년 경찰 창설 이후 77년 만에 세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 탄생했지만,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감은 여성이 0명이다. 그 아래 경무관은 김숙진 강원경찰청 공공안전부장 1명뿐이다. 총경은 33명.

경찰청에 따르면 총경(일반직공무원 4급) 이상 경찰 간부 781명 중 여성은 35명으로 4.5% 수준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급 이상 간부급 국가공무원(2020년 12월 기준)의 여성 비율(17.7%)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여성 총경 없는 곳은 대구·울산·세종·충북·경북·경남
총경급 33명의 근무지는 경기 북부(6명)가 가장 많고, 경찰청과 서울·경기 남부·인천(각 4명), 그다음으로 전북(3명), 전남(2명), 부산·광주·대전·강원·충남·제주(각 1명) 순이었다. 총경급 이상 여성 경찰 간부가 한 명도 없는 곳은 대구·울산·세종·충북·경북·경남 6곳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여경 실무자들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고위직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여경은 총 1만 8514명으로 전체 경력(13만 1428명)의 14.1%를 차지하고 있다. 계급별로 보면 순경(3899명, 24.1%), 경장(4884명, 20.7%), 경사(4339명, 20.4%) 등 하위직은 20%대를 유지하다 초급 간부인 경위(4085명, 8.9%)부터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진다. 경찰의 계급은 총 11개다. 통상 순경·경장·경사까지를 하위직, 경위·경감·경정은 초급간부, 총경부터를 간부로 분류한다. 계급 정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연령 정년(만 60세) 이전에라도 퇴직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21일 대전경찰청에서 열린 제76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비록 100명 중 5명에 못 미치는 숫자지만, 간부로서 여성 경찰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 남성 경찰관은 “예전에 악명 높은 분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제가 같이 일한 분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성 상사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시더라”며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꼼꼼하게 따져 업무 수행을 하니 리스크를 만들지 않더라”고 평가했다.

남성 상사와 비교해 의사소통의 장점을 꼽는 경찰관도 있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여성 상사는 일단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전제로 대화를 풀어가는 편”이라며 “남성들은 본인의 주관과 신념을 바탕으로 부하 직원들과 공격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대다수”라고 전했다. 송정애 대학장 역시 ‘마더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대전경찰청장 재직 시절부터 직원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나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5월 6일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경찰 제309기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대·간부후보생 여성 비율 제한도 영향
여경의 고위급 발탁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졸업하면 초급 간부(경위)로 임관하는 경찰대생과 경찰간부후보생의 여성 비율이 제한돼왔기 때문이다. 후보군 자체가 적은 셈이다.

경찰대는 9기인 1989년부터 처음으로 입학 정원(120명) 중 5명씩 여성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21학년도부터 성별 구분 없이 신입생 50명을 모집하고 있다. 김숙진 강원청 공공안전부장이 경찰대에 최초로 입학한 여학생 중 1명이다. 김 부장이 경찰대 출신 여성 최초 경무관 등 ‘최초 타이틀’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경찰간부후보생은 2000년부터 여성에게 개방됐다. 순경 공채는 남녀를 분리해 뽑고 있지만, 남녀 불문하고 고위직 진출 자체가 워낙 어려운 편이다. 경찰은 오는 2023년부터 남녀 분리모집을 폐지하고 통합으로 경찰관을 모집하기로 했다.

주요 보직 여성 경찰 많지 않은 현실
소위 승진에 유리한 주요 보직에 여성 경찰관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지방의 한 여성 총경은 “능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주요 보직을 주겠지만, 그 보직을 맡음으로써 능력이 성장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그런데 여경들에게는 부수적이거나 부차적인 업무를 맡겨놓고, 나중에 가서는 ‘여기 경험이 없어서 안 된다’는 식으로 배제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여경 스스로 여성·청소년 등 기존에 여경들이 승진하던 자리를 찾아가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승진은 승진심사위에서 대상자들의 업무 역량이나 보직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 승진심사위가 ‘이번에 여성을 많이 시킵시다’ 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고 민주적인 협의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며 “여경을 많이 채용하기 시작한 시기가 최근이니까 앞으로 여성 간부 비율은 전체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문희(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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