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수처리장서 돈 들여 인 처리하지만…남세균 녹조는 더 독해진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클리어레이크의 레드버드 공원에 있는 클리어 호수에 남세균 녹조가 발생한 모습.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이곳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자 주 당국에서는 시민들에게 호수에 접근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고, 호숫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300여 명의 주민에게는 이용을 중단하도록 했다. AFP=연합뉴스
강과 호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에서는 인(P) 제거 시설을 가동한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질소(N)와 인 같은 영양물질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강과 하천에서 질소는 충분하지만, 인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인을 제거한다면 남세균 녹조를 막을 수 있다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을 제거할 경우 남세균 성장은 막을 수 있지만, 남세균이 독소를 더 많이 생산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과 독일 베를린 공대 등에 소속된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이리(Erie) 호(湖)의 남세균을 대상으로 모델링한 결과, 인 성분이 줄어들면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생성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 40% 줄였더니 독소 20% 늘어
지난 2017년 9월 녹조가 발생한 미국 이리 호 호숫가에 메기가 떠올라 숨을 헐떡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세계 각국에서 연구된 내용을 토대로 질소와 인, 광량 등의 조건에 따라 남세균이 마이크로시스틴을 얼마나 생산하는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질소와 인 모두 40%씩 제거한 경우는 남세균 생물량(biomass)은 30% 정도 감소하고, 독소 생산도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만 40% 제거했을 때는 남세균 생물량이 20% 감소하고, 독소 생산도 10% 감소했다.
이에 비해 인만 40% 제거했을 때는 남세균 생물량은 20% 줄었지만, 독소 생산은 오히려 20% 가까이 늘었다.
마이크로시스틴 구조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만 제거했을 경우에도 남세균 성장이 억제되는데, 남세균 숫자가 줄면서 질소를 차지하려는 남세균 사이의 경쟁이 줄었고, 이로 인해 남세균이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생성에 필요한 질소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질소 충분하면 독소 더 생산
미국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이리 호에 발생한 녹조.
남세균은 광합성을 할 때 세포 내에서 생성되는 과산화수소(H2O2)로 인한 손상을 피하기 위해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과산화수소에 노출할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드는 남세균이 더 잘 생존한다.
남세균이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소가 필요한데, 질소를 많이 얻을 수 있을 때 마이크로시스틴 합성도 많아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수질을 관리할 때 인을 제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오히려 남세균이 질소와 빛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는 주는 셈이고, 독소 농도를 증가시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북아메리카 5대호 중의 하나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위치한 이리 호는 과거부터 남세균의 녹조가 심각했고, 지난 2014년 8월에는 이리 호에서 취수한 물로 만든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면서 오하이오주 톨레도 주민 50만 명이 3일 동안 수돗물을 마시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2015년 공동 이행계획을 마련해 이리 호로 들어가는 인의 양을 40% 줄이는 수질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이리 호나 다른 강·호수 등에서 인을 줄인 후에 독소를 만드는 남세균이 재출현한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덧붙였다.

호수 거치면서 인 성분 줄어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클리어 호수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중국 베이징대학과 미국 MIT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5600개 이상의 호수를 조사했는데, 90% 이상의 호수에서는 인을 호수 내에 잔류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호수에서 유출되는 물에는 질소 성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진다"고 밝혔다.


호수의 80%는 질소와 인을 모두 잔류시키지만, 90% 이상은 인을 먼저 잔류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호수로 들어가는 물에서는 질소와 인 비율이 16.6:1인 데 비해 호수에서 나오는 물은 33.2:1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비료 사용 등으로 인류가 자연계에 질소와 인을 대량 투입하고 있고, 특히 인보다 질소를 더 많이 투입하면서 전통적인 질소와 인의 비율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질소와 인 비율이 외해에서는 15~16, 토양에서는 16 ~22 정도인데, 지난 50년 동안 인류가 자연계에 투입한 질소와 인의 비율은 19에서 32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에서 인을 제거하는 것도 한몫했다.

연구팀은 "호수에서 나가는 물에서 질소-인 비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질소보다 인을 더 많이 내보낸다는 의미이고, 이는 영양 순환의 불균형을 악화하는 것"이라며 "호수 하류에 있는 생태계, 외부의 고농도 질소 유입에 취약한 호수나 강에서 조류(algae) 대발생을 초래하고 산소 고갈과 생물 다양성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녹조 때 고농도 독소 검출
2021년 8월 20일 강정고령보에서 채수한 녹조 시료. 강찬수 기자
호수의 질소-인 문제를 다룬 이들 두 연구를 종합한다면 호수 하류에서는 질소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남세균 녹조가 발생할 경우 독소를 더 많이 생성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8개의 보가 이어진 낙동강의 경우 매년 여름 녹조가 발생하고, 남세균에서 높은 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는 것도 이들 연구 결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환경부 물 환경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낙동강 지점들의 총인(TP) 농도는 0.04 ppm 안팎이고, 총질소(TN) 농도는 2ppm을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부영양화 지수에서는 총인 농도가 0.035ppm 이상이면 부영양 호수로 분류하는데, 낙동강 지점은 이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매년 여름 녹조가 발생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낙동강 주변 하수처리장에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총인 처리시설을 설치했지만, 녹조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질소 농도도 지점에 따라 인 농도의 50~70배 수준이어서 생물체를 구성하는 질소-인 농도 비율인 16:1을 훨씬 웃돌고 있다. 질소가 충분한 셈이다.

결국 낙동강에서 남세균이 자랄 경우 질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마이크로시스틴 독소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 금강 하굿둑에서 발생한 녹조, [사진 김종술]



강찬수(kang.chansu@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