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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책상 아래 숨은 시신들"…수상한 현장, 탈출흔적 없었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숨진 2명, 복부에 자상…용의자 근처엔 흉기

경찰이 지난 9일 7명이 숨진 대구 변호사사무실 화재 사망자들이 방화 용의자에게 흉기로 위협을 당한 정황을 확보했다. 방화 후 용의자는 사무실 출입문 방향에 쓰러져 숨져 있었으며 2명은 책상 아래에 몸을 숨긴 모습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불길이 22분 만에 잡혔음에도 다수가 사망한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현장에서 발견했다.

10일 대구경찰청·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1차 감식 결과 50대 방화 용의자 A씨는 화재 현장인 대구 변호사사무실 출입문 쪽에 쓰러져 있었다. A씨 근처에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최초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 관계자는 “출입문 쪽에서 사무실 중간 방향으로 A씨가 쓰러져 있었는데,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의 사망자 발견 위치에서 여느 사건과는 다른 특이점도 찾아냈다. 불이 나면 보통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뛰쳐나가는 이른바 ‘탈출 행위’가 있는데 그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출입구 쪽에 쓰러져 있던 용의자 A씨 이외 나머지 6명의 사망자는 모두 출입구 반대 방향에 쓰러져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은 책상 아래 몸을 숨긴 상태로 숨져 있었다. 나머지 4명도 출입구와 용의자 A씨가 있는 방향에서 멀리 떨어진 사무실 탕비실 뒤편 또는 창문이 있는 벽 아래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등 조사를 더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복부에 자상이 있는 사망자가 2명 발견된 점, 흉기가 나온 점 등을 보면 용의자가 사무실에 들어가 인화물질을 뿌린 전후로 흉기를 휘둘렀고, 이에 공포를 느낀 직원들이 몸을 숨기거나 피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흉기에 대해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가 범행에 사용된 것인지는 사망자 부검이 이뤄져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쓰는 흉기는 아니다”고 했다.

9일 오전 10시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등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직후 건물 내부에 갇혀있던 시민들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고 있고 일부는 사다리를 이용해 탈출하고 있다. 뉴스1
“사망자들, 출입구 반대쪽…탈출 흔적 없어”
변호사 사무실 내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간부 직원 1명은 출입구가 아닌 창문을 깨고, 화단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오전 10시55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B빌딩(연면적 3903㎡) 2층 203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50명의 진화·구조대원과 소방차량 59대가 현장에 도착해 22분 만인 오전 11시17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이 불로 지상 7층, 지하 1층 건물의 2층인 203호에서 용의자를 비롯해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빌딩 내 다른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와 직원, 의뢰인 등 49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열상으로 다쳤다. 이 중 31명이 인근 병원에 분산 이송됐다.

경찰은 폭발화재가 난 원인을 방화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53분쯤 A씨가 혼자 마스크를 쓰고 흰 천으로 덮은 무언가를 든 채 건물에 들어서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경찰은 천에 덮인 물체가 인화물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3초라는 짧은 시간에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방화범이 인화성 물질을 공중에 뿌려 불을 내 유증기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나온다.

대구경찰청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집중 수사에 나섰다. 9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이 사건 현장에서 합동감식 조사도 진행됐다. 10일 오전에도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중으로 사망자 7명에 대한 부검도 이뤄질 예정이다.

9일 오전 10시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등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건물 내부에서 희생자 수습과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경찰 “일반 사무실서 쓰는 흉기 아니다”
경찰은 A씨가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과 관련해 앙심을 품고 상대방(피고측) 변호사사무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변호사회도 A씨가 일부 소송에서 패소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수억 원대 투자 반환금 소송이 이번 방화 사건의 발단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한 피고 측 소송대리인이 이번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의 변호사였다.



김윤호.김정석(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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