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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스공사 수요 예측 실패…한전 '최악의 적자' 불렀다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초 가스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를 유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겨울 발전용 가스 수요가 예상보다 크자 이를 맞추고자 비싼 LNG(천연액화가스) 현물 구매를 크게 늘렸고, 이것이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 채, 민간 발전사 이윤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싼 현물 비중 절반 넘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8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올해 ‘1~3월 가스공사 발전용 현물 LNG 비중’을 보면 전체 판매량 중 현물(Spot) 물량이 1월(66%)·3월(68%) 모두 절반을 넘었다. 2월(48%)에도 현물 물량이 절반에 달했다. 통상 LNG를 현물로 사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장기 계약으로 들여온다. 이 때문에 현물이 20~30%를 넘지 않는데, 이처럼 비중이 높은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 지난해 1월(31%)·3월(18%) 현물 비중과 비교해 보면 1년 새 각각 35%포인트와 50%포인트 급증했다.

지난 1~3월은 추운 날씨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현물 LNG 가격이 치솟았던 시기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자료대로라면 기존보다 비싼 가격으로 수입한 가스가 예년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다만 가스공사 측은 “현물 물량 비중이 얼마인지는 영업비밀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수급 계획만 최소 5번 이상 고쳐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가스 공사가 현물 구매를 늘린 것은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다. 가스공사는 매년 4월, 이듬해 3월까지 단기수급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지난해 가스공사가 직접 작성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5번에 걸쳐 수급계획을 고쳤다. 석탄 발전 감축에 가스 발전이 늘어난 데다, 총 발전량도 예상보다 증가했다는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11월 이후에도 수급 계획을 여러 차례 더 수정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급 계획이 바뀌면 이를 보충하고자 현물을 더 사야 해 비용 부담이 는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가스공사가 올해 초 가스 수요를 다 맞추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도 물량을 미리 확보하지 않았다”면서 “LNG 가격이 저렴했던 지난해 초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면 올해 비싼 현물을 급히 사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 모습. 뉴스1
가스공사의 수요 예측 실패는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 가스공사가 현물 구매 비중이 늘어나 비싼 값으로 LNG를 사 오면, LNG 발전 비용도 증가한다. 가스 발전 비용이 늘면 한전의 전력 구매비가 늘어나 적자가 커진다. 실제 올해 1분기 한전이 최악 적자(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를 낼 때, 전력구매비는 10조58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1.7% 급증했다.

요금제 개편해 비용 한전에 전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정부와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가스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LNG 구매비를 발전사와 한전에 보다 쉽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까지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래 LNG 요금은 민수용과 발전용 구별 없이 평균 도입 원가를 기준으로 정했다.

하지만 개편 요금제에서는 민수용과 발전용의 원가를 나눠 요금을 정하도록 바꿨다. 보다 정확하게 원가를 계산해 부담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가격 인상이 민감한 민수용은 빼고 발전용 요금만 별도로 올리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 요금제 개편 후 발전 LNG 요금은 올해 1월(15%)·2월(24%)·3월(19%) 모두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덕분에 한전이 1분기 7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때, 가스공사는 9126억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한전은 올해 23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적자를, 가스공사는 역대 최대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경영진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두둑한 성과급을 챙기겠지만, 한전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 상황 알고도 민간 발전사만 규제”
정부가 이런 상황을 알았지만, 가스공사는 놓아둔 채 민간 발전사 이윤만 규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LNG 요금제를 개편할 때 한전과 발전업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업계를 중심으로 나왔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요금제 개편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뒤늦게 한전 적자가 커지자, 적자를 유발한 LNG 요금 부담을 줄이기보다 발전사에 한전이 주는 비용을 제한하는 SMP 상한제와 같은 임시 조치만 취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을 못 올려서 한전이 적자를 모두 부담하는 상황에서 가스공사만 비싼 LNG 현물가를 전부 한전과 발전사에 물리고 있다”면서 “SMP 상한제로 민간 발전사 이윤을 제한할 게 아니라 LNG 요금에 상한을 두는 게 한전 적자를 해결하는 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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