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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봉숭아학당?…이재명 독주에 野 집단지도체제 가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에 무게가 실리면서 당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을 둘러싼 친이재명(親明)계와 반이재명(反明)계 간 공방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양측은 그동안 기존 대의원의 투표 비중을 줄이고, 이 의원을 지지하는 ‘개딸(개혁의 딸들) 당원’ 등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여왔다. 논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차기 당대표가 당권을 독점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지도체제 자체에 대한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7일 의원총회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당대표에 권한이 집중된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은 단일지도체제 원칙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실시하고 있다. 당권은 ‘메이저리그’ 격인 당대표 선거에서 당선되는 한명이 독점하고, 낙선 후보와 그가 속한 계파는 지도부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형식이다.

반면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별도 ‘마이너리그’ 선거 없이 모든 후보들이 한꺼번에 경쟁해 득표 순서로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 당내 모든 계파수장이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대룰 변경 등과 관련 “지금은 당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해 검토해야 한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논의해 접근해 나갈 것”이라며 ‘게임의 법칙’을 바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강한 차기 대선 후보와 계파가 존재할 때는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불만이 적지만, 정권재창출 실패 등으로 확실한 구심체가 사라지면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 논의가 반복돼 왔다”며 “현재 이 의원이 당내에서 원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초선의원도 “차기 대표는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 확실한 원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계파가 어떻게든 지도부에 스스로 입성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 당내에선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친명, 친문은 물론 처럼회 등 강경파 그룹를 포함한 모든 계파가 독자 후보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다만 지도체제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대의원ㆍ권리당원의 투표 비율 논란과 달리 친명ㆍ반명 진영 모두 명확히 찬반을 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7일 인터뷰에서 “여당일 때는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권한과 권위도 있지만, 야당일 때는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의미로 (집단지도체제의)원트랙으로 갔다”며 “이 의원이 대표로 나서더라도 원트랙으로 가야 반대쪽도 극렬한 저항이 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문인 정태호 의원도 통화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비율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지도체제 변경은 야당이 된 상황에서 어떠한 체제가 보다 효율적인가라는 관점에서 계파 이익을 떠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가 갈등을 오히려 격화시킬 거란 우려도 있다.


2010년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정동영 당시 최고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당시 세사람은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삼두체제'로 불리던 지도부를 공동 구성했다. 연합뉴스
친문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0년 손학규ㆍ정동영ㆍ정세균 등 세명이 당권을 분점했을 때 1번 타자(손 대표)가 얘기하면 2번 타자(정 최고위원)가 들이받고 대표가 서류를 집어던지고 나가는 일이 365일 반복됐다”며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처럼회도 ‘개딸’을 등에 업고 지도부에 들어와 일방적 주장만을 펼칠텐데, 그럼 당이 또다시 ‘봉숭아학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친명계 재선 의원도 “집단지도체제는 계파별 공천 나눠먹기에 가깝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차기 총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대룰이 어떻게 되더라도 (이 후보가 대표로 당선되는)결과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2015년 5월 8일, 주승용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당대표 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만류를 뿌리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1

현행 단일지도체제는 친문이 확실한 당주류로 부상했던 2013년 전당대회 이후 유지돼 왔다. 지도체제가 변경될 경우 지난 9년간 이어져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당권 독점 체제가 종결되는 의미가 있다.

전대룰을 최종 결정할 비대위에 참여할 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비대위원장을 맡게될 우상호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단일지도체제는 김대중 정부, 열린우리당을 거쳐 지금까지 역사를 거쳐 형성된 것”이라며 “역사적 산물을 계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임의로 변경하자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우상호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 전환의 기로에 서다'를 주제로 열린 '6·10 민주항쟁 35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3선 의원들의 추천을 받고 비대위에 합류하는 한정애 의원은 본지에 “당내 7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를 막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된다, 안 된다는 결론을 미리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강태화(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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