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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성장률 전망 2.7%로 큰폭 하향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직면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S(스태그플레이션, 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잇따라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는 대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올렸다.

OECD는 8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 각국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예측했다. OECD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지만, 이번 전망에서 2.7%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OECD의 성장률 전망은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2.5% 전망보다는 낙관적이고, 한국은행의 지난달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물가 전망은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비관적이다. 직전 전망에서 OECD는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올해 연간 2.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번 전망에서 2.7%포인트 올려 4.8%로 예상했다. 또 OECD는 전 세계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해 직전 전망 대비 1.5%포인트 낮췄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4.4%포인트 높여 8.8%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옐런 “인플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 … WB, 성장 전망 낮춰

재닛 옐런. [로이터]
지난해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5.7%)와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 1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4.1%)와 비교해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에 다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졌다는 경고도 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공급망 붕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성장을 해치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1970년 오일쇼크 당시처럼 저성장 속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일련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세계은행은 “공급 측면의 교란, 성장 약화 전망,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등 신흥국들이 직면한 상황은 1970년대와 분명한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달러의 강세와 주요 금융기관의 양호한 대차대조표 등은 당시와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미국 물가 상승률 8%, 40년 만에 최고

한국 경제도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0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하 전 분기 대비)은 0.6%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한은이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1.3%)보다 0.7%포인트 하락하며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각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옐런 장관은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우리가 거대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해 있고, 인플레이션이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문제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옐런은 이날 다시 한번 과거 자신의 ‘오판’을 반성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옐런은 물가 상승률이 8%를 넘길 때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은 8%를 넘어서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오는 10일 발표될 5월 CPI도 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물가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4% 오르며 지난 4월(4.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소비자가 주로 지갑을 여는 품목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물가 오름세도 가파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는 1년 전보다 2.5% 상승해 2015년(3.2%)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속보치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특히 국민의 체감물가에 가장 근접한 내수디플레이터(소비+투자)는 1년 전보다 4.3% 올랐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로 ‘GDP 물가’로도 부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원자재값 급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민간 소비가 0.5% 감소한 데다 건설투자(-3.9%)와 설비투자(-3.9%) 등 투자 관련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여도로 보면 민간 소비(-0.2%포인트)와 건설투자(-0.6%포인트), 설비투자(-0.3%포인트)가 모두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특히 건설투자는 속보치(-2.4%)보다 1.5%포인트 낮게 집계됐다. 당초 한은은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1~2월 일시적으로 건설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건설 관련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영향으로 실제 수치는 더 낮았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 속에 그나마 수출(3.6%)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수출이 끌어올린 셈이다. 하지만 속보치(4.1%)보다는 0.5%포인트 낮아지며 우려를 키웠다.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밝지 않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2.7%로 낮췄다. 이처럼 하향 조정한 성장률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민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남은 분기 동안 매분기 전기 대비 0.5%씩 성장하면 올해 연간 전망치인 2.7%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생산·소비판매·설비투자 모두 감소

다만 치솟는 물가와 뛰는 금리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민간 소비에 기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0.7%)·소매판매(-0.2%)·설비투자(-7.5%)가 전달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리두기 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4월에도 소매판매가 감소했다는 건 치솟은 물가가 소비와 실물경기에 영향을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주.안효성.임성빈(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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