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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5강 대사' 인선 마무리…'보은 인사' 탈피, 외교관·전문가 중용

윤석열 정부의 주요국 외교를 이끌 ‘5강 대사’ 인선이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주일 대사에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주중 대사는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주러 대사엔 장호진 전 주캄보디아 대사를 내정했다. 미·일·중·러와 함께 ‘5강’으로도 불리는 주유엔 대사엔 황준국 전 주영 대사가 발탁됐다. 이로써 앞서 주미 대사에 지명된 조태용 전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주요 공관장 직위가 우선적으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은 측근 정치인으로 주요국 대사를 임명하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직업 외교관과 관련 분야 전문가를 기용했다. 황 주유엔 대사 내정자와 장 주러 대사 내정자는 물론 조 주미 대사 내정자도 수십년 경력을 지닌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윤 주일 대사 내정자는 한·일 관계와 국제정치학을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이고, 정 주중 대사 내정자는 미·중 관계 연구에서 손꼽히는 국내 전문가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대사 중 직업 외교관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단 점과도 비교된다. 당시 조윤제 주미 대사만 정부와 국제기구 근무 경험이 있는 연륜 있는 인사였는데, 주영 대사 역임 외에는 외교 분야를 다루지 않았다. 이수훈 주일 대사는 학자 출신이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는 아니었다. 노영민 주중 대사와 우윤근 주러 대사는 정치인이었다. 조 대사를 제외하고는 주재국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인맥·전문성으로 관계 '정상화' 기대
윤덕민 주일 대사 내정자는 일본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일본 조야의 두터운 인맥을 갖춘 일본 전문가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한일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가장 좋았던 시절로 복원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윤덕민 주일 대사 내정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국 국민의 신뢰와 양국 정부 간 신뢰, 그리고 우호 협력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로 일본 조야의 인적 네트워크가 두텁다. 평생을 국제정치학과 한·일관계 연구에 매진했다. 2013~2017년에는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윤 내정자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단으로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는 초기부터 참여했다. 글로벌비전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한·일 관계와 대일 정책 등의 주요 공약을 설계하고 관련 전문가를 모으는 데 관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인 지난 4월엔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자격으로 방일해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면담했다

윤 내정자가 부임하면 당장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징용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등 어려운 과거사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다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본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윤 내정자가 양국 간 갈등 해결 과정에서 물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로, 양국 관계 악화로 인해 침체됐던 주일 대사관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尹 신임 두터운 '중국 전문가'
정재호 주중대사 내정자는 중국의 정치경제 및 미중 관계 전문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속화하는 미중 경쟁 속 새 정부의 외교 전략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중앙포토]
“어려운 시기에 내실 있는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정재호 주중 대사 내정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학계에서 중국 경제 및 미·중 관계 전문가로 손꼽힌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중국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는 시기에 미·중 관계를 큰 틀에서 조명해온 정 내정자가 상호 존중을 핵심에 두는 윤 정부의 대중 외교 전략을 최전선에서 수행하기에 적임자라는 게 중평이다. 정 내정자는 인수위 시기에는 한·미 정책협의단에 합류해 미국을 방문했다.

특히 정 내정자는 윤 대통령의 고교 동창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주중 대사로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선호하는 중국식 외교 문화를 감안했을 때 보다 적극적인 대중(對中) 외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 셈이다. 영어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정치·경제·문화적 흐름이 우리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간파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중 경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중 관계에 대한 고민도 깊다는 게 정 내정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평가”라고 말했다.

'우크라 사태' 혼란기 헤쳐갈 최적임자
장호진 주러 대사 내정자는 외교통상부 동구과장과 주러대사관 정무참사관을 지낸 러시아 전문가이자 '북핵통'으로 분류된다. [중앙포토]
“탈냉전 뒤 지속돼 온 국제질서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변화될 가능성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우리의 외교 전략을 강구해 나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능동적 외교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장호진 주러 대사 내정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핵‧북한 문제와 관련, 러시아와 생산적으로 일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진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부에서 보기 드문 전략가로 분류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비서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부단장과 북미국장 등을 두루 지내 대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이 때문에 ‘미국통’, ‘북핵통’으로 분류되지만, 대러 외교와 관련한 실무 경험도 풍부하다. 러시아 업무를 맡는 외교통상부 동구과장과 주러 대사관 정무참사관을 지냈다.

특히 그가 동구과장이던 2000년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첫 취임한 해로 관련 과정을 실무자로서 지켜봤다. 러시아의 정치·경제와 한·러 관계에 통찰력을 갖춘 인사로 평가된다.

장 내정자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캠프에서 정책‧공약을 마련하는 데 참여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캠프 활동에 앞서 2020년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외교안보특위에도 몸담았다. 윤 정부의 외교 기조인 ‘글로벌 중추 국가’도 당시 장 내정자가 제안해 논의된 개념으로, 이는 대선 과정에서 정책화했다.

대북제재 및 안보리 선출 '중책'
황준국 주유엔 대사 내정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 추진과 함께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중앙포토]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비전을 국제무대에서 널리 펼치고, 북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주요국들과 잘 협력해 합당하게 처리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 내정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결정될 한국의 세 번째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진출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외교부 내에서 대표적인 ‘미국통’, ‘북핵통’으로 평가된다.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인 북핵외교기획단장,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주영 대사도 지냈다.

동시에 주유엔 대표부 1등 서기관과 참사관 등을 거쳐 유엔 업무에도 전문성을 갖췄다. 퇴임 뒤에는 대학에서 안보리 관련 강의를 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대북 제재 등 북한 문제를 유엔 차원에서 다루는 데 최적화한 인선으로 평가된다. 대북 제재가 아니더라도 유엔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글로벌 안보 사안과 관련한 핵심적 정보가 모이는 논의의 주된 장으로, 황 내정자가 직업외교관으로서 쌓은 주요국에서의 외교 경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는 한국의 세 번째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이라는 중책도 맡게 된다. 비상임이사국 선출은 2023년 유엔 회원국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한국이 선출된다면 2024~2025년 임기로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다.



정진우(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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