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커피는 억울하다

캔커피 뚜껑을 따고 2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기다리는 동안 퓨란이 휘발하여 함량이 낮아진다. 2017년 동국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4℃ 냉장 조건에서는 2%, 60℃ 온장고에서 최대 14%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캔커피 뚜껑을 따고 2~5분을 기다릴 이유는 없다. 캔커피는 원두커피와 출발 지점 자체가 다르다. 캔커피나 인스턴트 커피는 제조 과정에서 퓨란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두커피보다 퓨란 함량도 낮은 편이다. 커피메이커로 내린 원두커피의 퓨란 함량은 평균 110.73ng/mL, 캔커피는 28.08ng/mL, 제조사 설명대로 물을 탄 인스턴트 커피는 8.55ng/mL이다. (1ng은 10억분의 1g이다)
![바쁜 일상에 작은 여유를 주는 커피 한 잔. [중앙포토]](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6/08/5a56d0a7-4828-48b0-95dd-3d07e656ab48.jpg)
하지만 원두커피나 에스프레소, 캡슐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걱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퓨란은 커피 속 다양한 물질 중 하나일 뿐이다. 커피 속에는 1000가지가 넘는 화합물이 들어있다. 커피를 마시면 그중 한 성분이 아니라 모두를 섭취하게 된다. 1991년 세계보건기구는 커피를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했지만 2016년에 커피를 목록에서 뺐다. 커피와 암의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를 봐도 하루 2~3잔의 커피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쪽이 대다수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간암, 전립선암, 2형 당뇨병, 심장병, 파킨슨병의 위험이 낮게 나타난다. 2022년 5월 31일 영국 성인 17만 명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 1.5~3.5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안 마시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30%까지 낮았다. 커피 한 컵에 설탕 1티스푼(5g)을 넣어 마셔도 사망 위험 감소가 나타났다. 이런 연구로 인과관계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커피 때문에 암을 걱정해야 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나무를 보다가 숲을 놓치지 말자. 우리는 단일 성분이 아니라 전체 식품을 먹는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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