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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자만 쏙 빼며 방역 '자신감' 北...'근자감' 왜?

코로나19 발병 후 매일 관련 통계를 업데이트해온 북한이 최근 들어 '사망자' 통계만 쏙 빼고 발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코로나19의 교훈을 잊은 채 유리한 통계만 앞세우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공개한 북한 내 방역 일꾼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사망자만 빼고 매일 발표
6일 조선중앙통신은 "6월 4일 18시부터 6월 5일 18시까지 전국적으로 6만 668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7만 7540여명이 완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규 사망자와 누적 사망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날인 5일에도 유열자, 완쾌자 통계만 공개했을 뿐 사망자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틀 연속으로 사망자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8~29일, 이달 1~3일에도 사망자 통계를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코로나19 발병 첫 보도 이후 매일 아침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지난 24시간 동안의 신규 및 누적 유열자, 완쾌자, 사망자 통계를 업데이트해 공개해왔는데, 유독 사망자 통계만 공개 여부가 들쑥날쑥인 셈이다. 현재 북한의 코로나19 사망자 관련 가장 최근 통계는 사흘 전인 지난 3일 기준(4일 보도)으로, 당시엔 신규 사망자 1명, 누적 사망자는 71명, 누적 치명률은 0.002%에 그쳤다.

북한이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망자가 없다는 뜻으로 보기도 어렵다. 앞서 지난달 24~26일 사흘 동안은 "사망자는 없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명시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당국은 상당수 사망 사례를 약물 부작용이나 다른 질병 탓으로 돌리고,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만 제한적으로 추려서 통계를 공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주민의 영양 상태가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최근 접종을 시작한 중국산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공개한 북한 내 방역 일꾼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슬슬 방역 푼다지만…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유열자는 지난달 25일 기준 하루에만 3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에는 일주일째 10만명을 밑돌고 있다. 평양에 도입됐던 봉쇄 조치도 지난달 말부터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자로 평양 봉쇄는 거의 해제돼 적어도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 관계자는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도 지난 3일 위성 사진을 근거로 "평양 시내 교통량이 예전 수준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역시 지난 2일 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적어도 평양에선 코로나19 상황이 잦아들어 북한 정권 리더십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지방에선 봉쇄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매체도 슬슬 방역 뿐 아니라 경제도 강조하는 분위기다. 5일 노동신문은 "우리 당은 (중략) 전반적 방역전선에서 계속 승세를 틀어쥐고 나가는 것과 함께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방의 대책들을 취하고 있다"며 "그 어떤 난관이 앞을 막아도 (중략) 계획된 경제사업에서 절대로 놓치는것이 있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방역 자신감을 기반으로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달 6일 평양에서 열리는 것으로 예정됐던 조선소년단 9차 대회의 개최 여부가 북한 당국의 방역 자신감을 판별하는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개최됐다면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 치르는 대형 행사가 된다. 해당 행사에는 당초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됐다.

다만 6일 오후 현재 아직 행사 개최 관련 보도는 없다. 이튿날인 오는 7일까지 감감무소식일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를 미루거나 취소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노동신문이 5일 공개한 북한 내 모내기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5월 초~6월 중순은 북한에서 모내기철로 협동 농장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동신문. 뉴스1.
백신도 '군ㆍ엘리트' 우선?
한편 최근 북한이 평양 및 특권층 안위만 우선하며, 일반 인민들을 위한 방역은 사실상 나몰라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2500만 북한 주민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은 (당국의 주장과 달리) 나아지는 게 아니라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그간 꺼리던 중국산 백신을 들여와 일부 접종을 시작했지만, 일반 주민이 아닌 "건설 사업에 동원된 군인을 먼저 맞추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또 미국의 소리(VOA)는 4일(현지시간) 북한 내 의료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양질의 백신이 북한에 도입되면 평양의 엘리트가 먼저 접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이날 VOA에 백신 접종도 북한 특유의 계급제인 '성분 제도'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소바쥬 전 소장은 "그간 어떤 국제 기구도 북한의 '성분 제도'를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며 "북한 당국이 모든 백신 수혜국에 엄격한 분배 원칙을 요구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입 프로젝트)코백스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배경과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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