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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천사'

리사는 천사다. 리사가 사는 세상은 늘 푸른 천국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한 마디도 남의 흉이나 험담을 하지 않았다. 나쁜 말이나 비속어를 쓰면 큰일 난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온 식구가 리사에게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쁘고 똑똑한 천재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리사는 착하고 똑똑한 천재로 자라났다. 리사는 의심하지 않고 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들은 대로 믿고 보이는 대로 보고 느낀 대로 정직하게 말한다. 리사에게 한 번 입력된 정보는 돌에 새긴 글자와 같이 지워지지 않는다. 새기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 보통 아이와 다르지 않다. 반복하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리사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 질환으로 약 700~800명당 한 명의 빈도로 태어난다. 정상 세포의 경우 21번 염색체가 2개씩 있는데 다운증후군에서는 21번 염색체가 3개씩이다. 21번 염색체의 양적 과잉으로 지적 장애, 특징적인 얼굴 생김새, 유아기의 근육 긴장도 저하(저긴장증) 등의 증상과 징후가 나타난다. 유전되지는 않는다.  
 
리사는 십이지장이 막힌 채로 태어나 출생 하루 만에 수술을 받았다. 당시 한국에는 체중 미달의 신생아 마이크로 수술을 담당할 의사를 찾기 어려웠다. 목숨은 어미 태반에 달린 탯줄처럼 생명을 주관하는 분의 손에 달려있었다. 다행히 미군부대로 파병 온 의사 집도로 목숨을 건졌다. 리사는 심장기능 장애로 7살 때 심장재생 판막수술을 받았다. 그동안 목을 가누지 못하고 자라지 않던 리사는 수술 후 무럭무럭 자라고 튼튼해져 지금은 나보다 힘이 세고 건강하다,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쌍둥이 언니를 부양하는 동생 영옥의 상처와 아픔,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잔잔한 감동으로 그린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필요한 관심은 장애인과 그 가족을 고통 받게 한다. 너무 티 나게 잘 해주며 도와주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존중하면 된다. 우리 모두에게 ‘장애’는 있다. 조금 다를 뿐이다.
 


리사는 퍼즐 맞추기와 레고 조립에 박사다. 1000피스 퍼즐은 하루 만에 끝내고 아무리 복잡한 레고도 이틀이면 맞춘다. 영재인 아들도 감당을 못해 혀를 내두른다. 리사는 우리 집을 묶는 구심점이다. 아무도 리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라도 어디서든지 무엇을 하든 리사는 우리 집 1순위다.  
 
리사는 하늘이 내게 주신 ‘기적의 천사’다. 교만하지 않고 정직하고 아끼고 도와주며 살라고 보낸 천사다. 리사는 행복의 원천이다. 둥지 떠난 자식들이 그리울 땐 나를 지켜주는 리사의 짧고 통통한 손을 잡는다. 뉴스 보다가 졸면 담요 덮어주고 손에 든 휴대폰도 살그머니 빼내 충전해 준다.  
 
기분 좋으면 5음계로 노래하고 쇠소리로 휘파람 분다. 높낮이가 오락가락 해도 참새 지저귀는 소리처럼 예쁘다. 리사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예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 주면 “엄마는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멋져”라고 손가락을 치켜올린다. 리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영국 여왕이다.  
 
우리 식구는 항상 감사해 하는 리사를 보고 매일 행복을 배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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