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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커트값이 2만원…서비스료도 불붙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미용실은 이달 들어 남성 커트 가격을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렸다. 여성 커트는 2만원에서 2만2000원으로 인상했고, 파마·염색 가격 등도 올리기로 했다. 2년여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 버티지 못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시급을 올리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염색약 등 제품 가격도 일제히 오른 탓이다. 이 미용실을 운영하는 신모(31)씨는 “미용업계가 구인난에 시달린 지는 꽤 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예전과 같은 급여 체계로는 한 명도 구할 수 없어 임금을 크게 올렸다. 서비스 가격을 안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곡물가격 상승이 주도하던 인플레이션 불길이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지난달 외식 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7.4% 오르며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데다 서비스 가격까지 급등해 직장인과 서민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런치플레이션은 점심(lunch)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신조어다. 한 그릇에 8000원 하던 국밥은 만원이 됐고, 이성을 만날 때 드는 비용이 무서워 소개팅까지 피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이런 말이 생겼다.

6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미용(여성 커트 1회) 평균가격은 2만231원으로 2만원대를 넘어섰다. 목욕비·세탁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도 모두 전월보다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요금은 국제유가 같은 원자재 가격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최근 들어 급등세로 돌아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달 소비자원이 공표한 5대 서비스(세탁·숙박·이용·미용·목욕) 가격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안 오른 게 하나도 없다. 서울 기준으로 평균 목욕비는 8308원, 세탁비는 7769원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같은 달 목욕비(7538원)와 세탁비(7308원)와 비교하면 각각 770원(10.2%), 461원(6.3%) 비싸졌다. 미용 가격의 경우 같은 기간 인상률이 11.9%에 달했다. 목욕비는 대중탕 1회 요금, 세탁비는 양복 드라이클리닝 요금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대형 사우나와 프랜차이즈 세탁소뿐 아니라 영세한 업체까지 물가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서비스 물가는 통상적으로 이보다 높다.

서비스 물가는 올해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건 지난해 10월(3.2%)이지만, 일부 외식 품목을 제외하곤 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지난해 말까지 제한적이었다.

대리운전 13%, 세차료 9%, 간병비 7% 급등…개인서비스 물가, 2008년 이후 최대 상승

실제 세탁비는 지난해 5월과 지난 1월 평균 요금이 동일했고, 미용 요금도 같은 기간 2.1% 오르는 데 그쳤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등의 물가 상승 요인이 뒤늦게 서비스 요금으로 전이됐다는 의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5.1%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체감 물가는 더 높을 수 있다.

개인서비스 품목 중 세탁·이미용 말고도 대리운전 이용료(전년 대비 13.2%), 세차료(8.7%), 간병 도우미료(7.4%), 이삿짐 운송료(7.2%), 가사 도우미료(5.9%), 설비 수리비(5.9%) 등 지난달 비용이 오른 것투성이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5.4%) 중 개인서비스 상승의 기여도는 1.57%포인트로, 석유류(1.5%포인트)나 가공식품(0.65%포인트)보다 컸다. 5%대에 이르는 물가 상승을 주도적으로 이끈 항목 중 하나가 서비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통 가공식품 가격은 곡물·석유류 등 원자재에, 외식 물가는 식재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 이와 달리 기타 서비스 가격은 대부분 인건비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서비스 가격 급등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선 ‘물가 상승→임금 인상→추가 물가 상승’(wage inflation)이 시작됐다는 신호란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연쇄적 물가 상승 영향을 가장 마지막에 받는 건 이발·세탁 등 서비스 요금”이라며 “연쇄적인 인플레이션이 여기까지 덮쳤다면 임금발(發) 물가 상승이 본격화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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